˝벤트로드˝ / 로리 로이

벤트로드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에드거상 역사에서 최우수 신인상과 최우수 장편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여성작가라는 타이틀은 확실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 장르는 익히 알려진 대로 남성작가들의 파워가 월등한 분야이기 때문에 대단한 성취를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벤트 로드>는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의 영예를 안겨주며 “로리 로이”의 작품세계를 알린 첫 신호탄.

1965년 봄... 당시 디트로이트에서의 흑인 폭동이 일어나자 "아서"의 가족은 위험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왜냐하면 "아서"는 결혼 이후 아내 "실리어" 를 단 한 번도 이곳으로 데려온 적이 없었고 소년시절에 큰 누나 "이브"의 참혹한 죽음을 겪었기에 다시는 돌아올 생각이 없었던 탓이다. 그런 불안함이 엄습한 것인지 도착을 앞두고 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차 앞으로 뛰어들어 친 것 같기도 한데 막상 확인해보니 영문을 알 수 없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 그러나 마을은 뒤숭숭하다. 어떤 여자아이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물증은 없는지 하나 같이 "아서"의 매형 "레이"를 의심하고 집단적으로 그를 따돌리기 시작하는데 "아서"의 큰 누이 "이브"의 살인에 "레이"가 연관되어 믿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레이"는 "이브"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죽은 후 동생인 "루스"와 결혼하였고 실종된 소녀가 "이브"를 닮았다는 이유로 납치했을 거라며 사람들은 수근 댄다.

과거와 현재의 비극에는 그 어떤 진실이 있을까. 모두가 아는지 모르는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레이"는 술에 취해 늘 난동을 부린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의심하는 걸 알고 있는데다 그런 작자들을 상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내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할 뿐만 아니라 "아서"의 막내딸 "에비"에게서 "이브"의 흔적을 발견하고서 대하는 눈초리마저 심상치가 않다. 이제 "아서"의 가족은 도시의 불행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지만 불행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게 된 것 같다.

"실리어" 는 많이 힘들다.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 것도 힘들고 시어머님 "리사"의 방관, 믿음직했던 남편은 "레이"가 누나를 폭행했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물리적 충돌을 빚어가며 점차 과격해지니까. 딸 "에비"도 지켜야하는데 불안함은 점차 증폭 되고.

이 갈등의 중심에 선 "아서"와 "레이". "레이"에 대한 분노와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레이"는 목숨을 내놓고 대립하였다. 그와는 별개로 과거로부터 이어진 비극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해명 없이 뒤로 물러나려는 "아서"의 처신으로 인하여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혈연관계가 끈끈하지 못하고 불신이라는 의혹이 스며드는 순간 가장 안락해야 할 보금자리가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 잘 보여준 심리 미스터리물이 아닐까 하는데 전도유망한 신인의 싹수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이제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다는 <그의 발소리에 죽다.>를 통해서 일취월장했을 작가의 필력을 꼭 확인해 보고 싶구나. 그런데 텀블위드와 올리비아가 자꾸 생각난다. 무슨 까닭인지는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