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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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읽게 되지만 사실상 첫 번째 작품인 <눈 이야기>. 조르주 바타유가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시즘 소설을 썼다는 뼈 녹는 경험담이 녹아든 경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단히 빠져버린 작품이 아닐까 한다. 주인공 나는 무척 외롭게 자랐고 모든 성적인 것에 극도로 불안을 느꼈다고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열여섯 살에 시몬이라는 또래의 소녀를 만나면서 거칠 것 없이 황홀한 사춘기로 접어든다.

 

 

그것이 참으로 기괴하단 말이다. 단 둘이 있게 된 어느 날, 우유가 담긴 접시를 걸상 위에 올려놓니 걸터 앉아버리는 시몬과 그런 그녀의 행동에 성적으로 흥분해버리는 나. 확실히 이것은 사소 선전포고에 불과했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또 다른 소녀 마르셀까지 삼각관계로의 확장이자 에 탐닉하는 십대들의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제목인 <눈 이야기>에서 이 하얀 눈이 아니라 보는 이라고.

 

 

이후 차력 쇼도 아닌데 엉덩이로 달걀을 깨는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시몬. 그리고 세 사람은 거리에서 만나 집으로 가 다른 친구들과 샴페인을 마시며 어울리게 되는데 거기서도 눈뜨고 보기 힘든 음란한 행위를 만인 앞에 펼쳐보인다. 그리고 점점 그 병적인, 성적인 집착은 심해지고 도처에서 이 같은 행위들이 만연하게 되는데... 무엇이 이 아이들을 에로티시즘에 몰두하게 만들었을까.

 

 

추억은 그렇게 변형되면서 가장 음란한 의미를 띄었다는 표현이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 에로티시즘적 상상력이 문학이라는 창작행위와 결합했을 때 이것이 어디까지가 용인될 수 있는지는 표현의 자유이자 예술적 한계일지 쉽사리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성욕은 죽음과도 직결되니까. 그 가능성, 그 끝의 절정을 향해 달리는 동안[ 이미지와 언어적 유희, 또 다른 의미에서 희화화를 통해 사물과 유사하게 배열되어 내내 흥미롭게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십대들의 문란한 성생활로 해석될 여지는 남아 있으나 결코 전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외설적 경험은 고통을 수반하면서도 이 사회가 개인의 욕구를 통제할 줄 만 알았지 제대로 충족시키는 방법을 모른다고 봤을 때 쾌락은 사랑의 또 다른 배출구일 테고 죽음에 최대한 근접하는 차선책일지도 모르겠다. 문학이라는 이름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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