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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푸른빛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평점 :
언제나 새로운 작가와의 첫 만남은 낯설음과 신선함을 동시에 수반한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온전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사드의 적자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조르주 바타유는 과연 전인무답의 신천지일까? 실제로 작품을 읽어 보았느냐의 유무기준이 아니라 이름 자체에서 느껴지는 생경함이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을 것.
이번에 그의 작품이 두 권 동시에 국내출간 되었지만 나의 선택을 먼저 받은 책은 <하늘의 푸른빛>이 되겠다. 여기 토로프만이란 이름의 남자가 있는데 그가 지내는 곳은 한 곳이 아니라 유럽 전역을 떠돌고 있도다. 시대적 배경으로도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과도기적 정세, 격변과 불안, 혼란이 정신세계를 지배하려 드는 그때이다.
역마살이 낀 것도 아닌데 정착을 못하는 토로프만의 이름이 가진 잉여인간이란 속뜻 자체가 그를 어떤 인물로 정의하고 있는지 단번에 정의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토로프만의 내면은 소용돌이치는 바다 한가운데와 같으며 삶에 좀처럼 애정을 가지지 못한 채, 디르티라는 여인을 만나 방탕한 나날을 보낸다.
젊은 날의 방황이련가. 객기련가. 집필과 향락의 교차.. 그림자처럼 아른거리는 자전적 요소들. 그러고 보니 디르티라는 여자의 이름 또한 더럽다는 뜻이니 잉여인간은 더러움은 귀결되려 한다는해석도 가능할지. 두 사람이 내뿜는 더러움과 아름다움, 삶과 죽음이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의 결과물이다.
현실참여에 관심 없고 비능동적, 우유부단한 토로프만이 이데올로기라는 체제 속에 인간을 가두어두려고 했던 시대의 압제를 거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석은 다양하고 20-30년대 한국소설의 어떤 특징적인 면이 연상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토로프만이 보여주는 여정들은 따라가다 보면 현실과 죽음을 기묘하게 배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자아와 실존적 의지를 쟁취하기위해 격렬히 투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