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의 원작소설을 읽고 있자니 한 번도 보지 않은 드라마의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또는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신사임당이란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우리가 지금껏 인식해온 지폐의 모델이 아니라 더 깊고 더 뜨거운 그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음을 토해내고 있다.

 

 

지윤이 보고 있는 <금강산도>. 실제로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그녀는 현재 대학교의 강사로 일하고 있잖아 머잖아 교수 임용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민정학 교수의 온갖 뒤치다 거리를 마다 않은 채, 죽으라면 죽는 시늉마저 사양하지 않을 여자이다. 그렇게 조금만 더 버티면 이 더러운 꼴로 보지 않아도 되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 그런데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상당한 그녀가 보기에 이 <금강산도>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찮다. 함부로 진품이라고 단정 짓기에 꺼림칙한.

 

 

그런데 학술회장에서 그림의 진위 여부에 대한 말실수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면서 분노한 민정학 교수의 눈 밖에서 벗어나 결국 이 세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하고 만다. 탐욕적이면서 권위적인 민 교수는 그림을 진짜로 둔갑시켜 세상을 호도하려 했으나, 그녀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그렇게 이탈리아로 떠났던 지윤이 우연히 발견한 고서는 일기형식이었는데 바로 진짜 <금강산도>에 대한 단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윤의 해고와 펀드 매니저인 남편의 도피, 남편을 찾는 채권자들... 이 모두가 평행이론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까?

 

 

한편 조선 중종 14(1519), 아버지 신명화의 진보적 교육관 덕택에 딸이지만 차별받지 않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충분한 배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소녀 사임당은 색과 그림에 관심 갖게 되면서 점차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웃집 도령 이겸을 만나 사랑까지 꽃피우게 되니 이보다 더 꽃길일 수가 없으리라. 둘은 혼사까지 진행하려 하였으나 과거 끔찍했던 사화를 염두에 둔 글과 그림이 화를 불러 일으킨데다 결정적으로 민치형의 주도하에 벌어진 유민학살을 목격하게 되어 사임당은 불행에 빠진다.

 

 

음모에 내몰린 아버지 신명화가 딸을 대신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이겸과 사임당은 혼약을 맺지 못해 눈물의 이별을 고한다. 물론 내막을 알 리 없는 애꿎은 이겸만 그녀에 대한 애타는 사랑으로 가슴 아파하게 되는데... 이후 신사임당의 과거와 지윤의 현재는 두 사람을 운명처럼 묶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마치 신사임당의 환생이 지윤이기라도 한 것처럼.

 

 

예술적 재능, 사랑보단 애증적 존재인 남편,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고단한 삶. 민치형과 민정학.. 두 민씨의 패악.. 갑 과 을.. 부정부패... 등등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불변하는 이 모든 악취들은 삶을 고달프게 만든다.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악습의 잔재들까지 신사임당과 지윤은 나중에 가서라도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인가? 경쟁 드라마인 <김과장>가려 빛을 발하진 못했으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겠다. 힘을 내서 시청률도 고공행진 하시고 더불어 이 소설도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휘음당 때문에 자꾸 눈길 가는데 속히 하편도, 덧붙이지자면 <신의> 3편은 끝내 나오지 않는 것인가? 송지나 작가님 대체 뭐하시는 겝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