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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평점 :
최갑수 작가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완연한 봄의 전령이 마중 나올 텐데
그때까지 기다리기 곤란하다며
영하의 대한민국에서 영상의 남반구로 찾아 날아간다.
그것은 좋은 현상이다.
시간은 허락된 만큼 사라져가고
봄은 그때쯤이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이제 사랑만 있으면 된다.
"그날, 비행기가 이륙할 때
구름 속으로 들어갈 때
내 심장을 당신 손에 쥐어주고 왔던 거지.
잊지 마." (P.15)
그 순간에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었다고 했다.
어쩌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지도 모를 그 순간에,
이제껏 용기 없어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사랑을 그녀에게 이식해준다.
이제 그에게 심장은 없다.
사랑할 때만 펌프질을 한다.
오직 그녀에 의해서만.
"어쩌면 그게 사랑이었던 것일까요.
나는 지금 당신의 사랑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P.21.)
우리는 지금 사랑이 사랑인 줄 모르고 산다.
나도 예전에 그랬던 것 같다.
같이 있을 때엔 친구 같은 사이라고
판단했지만 떠났을 때,
더 이상 볼 수 없을 시점이 되었을 때
불현듯 생각났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생각 또 생각이 났고
그러다 쉽사리 잠 들 수 없었던 시절이 있다.
사진 속의 열차를 보니까 그렇게 스윽하고
지나가는 게 사랑인가 보다.
이 문구도 참 좋다.
투명한 잔에 투명한 액체,
그것이 물인지 술인지는 알 길 없으나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랑이 있기나 한 것인지,
사랑했던 적이 있기나 한지..
마음은 싱숭생숭 하고
낮술에 걸음이 휘청댄다고 하는 내용에서
물이 아니라 술이었구나,
"어쩌면 당신과 사라지는 속도를 맞추는 일이 사랑이겠죠".
다 희망사항일 뿐. 우
우리의 사랑은 늘 엇갈린다.
박자가 안 맞다.
사랑하기보다 원망하는 일이 점점 늘어간다.
1인 3각은 운동회가 아니면 언제 또 맞추게 될까?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함께 떠나자는 말을 해야겠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일 테니."
그래야하는데 우린 늘 말만 앞선다,
아니, 그 말마저 인색하다.
늘 바쁘다. 늘 잊고 산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지만
이런 에세이에서 컬러 사진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흑백 사진들이
점점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