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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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 아가씬.... 

 초장부터 죽음을 언급한다.

 마치 동생에게 보내는 유서와 같은... 

 자기 말로는 유서 쓰는 게 취미였다고.

 그러면 안돼

 

 얼마 전까지 나도 늘 죽음을 

 상상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냥 사는 게 힘들어서 

 죽으면 모든 게 편해질까?

 살고 싶다고 모두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어쩌면 내일 눈뜨지 못하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

 

 그녀의 유서 쓰기는 

 고등학교 때 부터 시작되었는데

 많이 힘들어 그랬을거라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

 자세한 내막 따윈 없었다

 

 자신이 죽는다고 해놓고도 

 돌아서선 누군가 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이 아가씨가 안쓰럽기도

 당돌하기도 해보여서

 코끝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날 뻔도.

 

그래도 그녀에겐 이런 재능이 있었다.

전통 한지와 우리 재료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그녀의 직업이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 내러 출근했다가 마침 승진하게 되어 

잠시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쿨했다

미련 없이 예정대로 사표 내던지고 휘리릭 ~~~

 

지금 이 책대로 베니스에 

한 달간 입주 작가로 가게 된다.

비행기 안에서도 끊임없이 

난 여기서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으로 못 돌아가는 게 아닌지... 

전전긍긍녀.

 

힘겹게 내딛은 베니스에서 

그녀는 같은 한국인 예술가들을

친구로 맞이한다

뮤지컬 배우, 연극배우 등 

그들의 직업은 조금씩 달랐지만

 

자신들만의 규칙을 정해 

나이와 상관없이 말도 놓고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베니스와 베로나 관광도 즐기는가 하면

틈틈이 창작 활동을 펼치기도 했단다.

 

그녀는 베니스의 골목을 돌아서자마자 

이런 그림 같은 풍경을 발견하고

""라고 탄성을 질렀다는데 왜 아니겠는가?

사진으로만 봐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올초 와이프랑 "뭉쳐야 산다."를 보면서 

우리도 돈 모아 언젠가는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꼭 가보자고 

맹세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사진에서 

한동안 눈이 떠나지 못한다.

 

죽음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결국은 살아서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지

않느냐며 푸념 아닌 푸념도 하게 되고.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마음을 진정시킬 때 색연필을 깎는다.

 나무 꺼풀이 얇게 벗겨지고.

 색색의 심지들이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내 마음의 심지는 어떤 것일까.

 색연필을 깎으면서 내 마음을 추스른다.

 자주 깎지는 않는다.

 마음에 늘 진정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p.42>

 

그럼, 나도 한번쯤 색연필을 깎아볼까?

 

외국여행을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이런 곳이다.

사람들을 구경하는 또 다른 재미.

 

베로나의 야경은 황홀하고 눈부시구나.

낭만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폰카로 책속의 사진을 

제대로 담기엔 화질이 구리지만

하늘에서 본 베니스가 

이런 물고기 모양일 줄은 미처 몰랐다.

 

이런 풍경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제 죽음에의 유혹을

걷어내고 이제는 화가로서 예솔혼을 

잘 불사르고 있을지 궁금하다.

 

비록 나 같은 놈도 용기가 없어 아직 살아있지만

재능이 있다면

그 재능에 불씨를 지필 원동력을 

머나먼 이국땅에서

얻고 돌아 왔다면 분명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행복과 희망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 또한 겨울이 

저 멀리 가버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심지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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