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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선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2월
평점 :
예상했던 것 보다 그녀가 빨리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전편에서 리카가 보여주었던 어둠과 광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말이다.
10년 전, 한 만남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남자 혼마 다카오를 집요 하게 스토킹 해서
끝내 그를 납치, 도주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장애물이 된다고 간주했던 네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고 깜쪽 같이 사라져버렸다.
당시 경찰에서는 동원 가능한 인력을 풀어
그녀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그렇게 영구미제 사건이 되어가는 듯 했고
어느덧 10년 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어느 날, 게이마 산에서 버려진
여행 가방이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는 팔, 다리, 눈, 코, 귀, 혀가 없는
남자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신원은 10년 전 납치당했던 혼마 다카오로 밝혀졌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런 상태의 몸으로
최근까지 살아 있었다고 한다.
사인은 질식사...
그런 짓을 할 자는 리카 밖에 없어
장기 미제사건을 전담하는
콜드 케이스 수사팀이 다시 가동된다.
리카를 반드시 잡겠다고 나선 이 중에
특히 주목해야 할 경찰이 있었으니...
리카에게 덫을 놓아 검거하려다
오히려 역습 당해 리카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오쿠야마 형사의 애인 다카코,
10년 전, 리카를 상대하다 정신적 충격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스가와라 형사의 후배 나오미...
결국 이 소설은 모두 남자로부터 사랑 받고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돌보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외로운 세 여인간의
처절한 핏빛 로맨스물이었던 것이다.
리카는 의식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를 혼마와의 10년간이 달콤했고,
다카코 형사는 자신의 직업 때문에
현모양처가 될 꿈을 내려놓고 있던 차에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오쿠야마 형사와의
달달한 사내연애를 만끽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 경찰이라는
신분 때문에 함께 지낼 시간이 부족했는데
리카의 행방을 함께 쫓던 중에 틈틈이 나누는
그 사랑이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분위기는 책 페이지 마다
빛을 발사하는 것 같아 무척 흐뭇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처절한 복수심.
나오미 또한 스가와라 형사로부터 일을 배우면서
상관이자 스승, 선배이자 때론
아버지 같은 푸근함을 그에게서
느끼며 그를 한 남자로서 사랑하게 된 것이니
세 여자 사이는 분명 리카를
표적으로 둔 쫓고 쫓기는 추적이 된다.
리카의 진인무도 함은 전편에서 그대로 이어져 오기에
공포감은 좀 퇴색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어차피 이번 소설에서는 그녀의 끝장을 봐야겠기에
과연 어떻게 꼬리 밟히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중반까지는 루즈한 편이다.
일본에서는 11년 만에 출간된 후속작이라
공백이 길었던 리카의 공포를
되살리기 위해서인지 복습도 하고
차근차근 돌다리를 두드려가는
형국이라 답답할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그녀의 행방을 갖은 방법을 써도
도무지 행선지를 알아낼 길 없는
리카이기에 지지부진하다.
결국 리카를 찾아낼 수 없다면
꾀어 불러낼 수밖에 없으리라.
그리하여 다카코와 나오미의 연막작전이 시작된다.
사실 이 시리즈는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논리적으로 공감하기에는 무리수가 많이 간다.
도대체 그녀는 불사신인가? 죽지도 않고...
그녀의 의식이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결말이기도 하고
그럼으로써 그녀의 정신세계는 거대한 그물이 되어
숨통을 제대로 조여오는 것이다.
또한, 현장을 사라진 그녀가 어떤 경로를 통해
달아났기에 목격자도 없고
CCTV로도 잡기 힘들었던 것인지
따지고 들어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쨌거나 그 모든 결함을 덮고
용서해주어야만 이 시리즈를 받아들일 수 있다.
마지막까지 그녀들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내 남자들.
외롭지만 누구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해 울적한 나날들을 보내던
그녀들에게 하늘이 점지어준 인연,
누구에겐 악연이겠지만..
을 두번 다시 놓지 않으려 최후까지 발버둥 쳐야
했던 그 마음들이 아프고 쓸쓸하게 다가온다.
사랑이 뭐 길래...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