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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위 리브
엠마뉘엘 피로트 지음, 박명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바야흐로 제2차 세계대전의 주도권은 연합군으로 넘어갔지만
독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아르덴 공세(벌지 전투)를 통해
막바지 저항을 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당시 독일은 나치 특수부대원들을 미군으로 위장 잡입,
교란시키며 작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이동지에서
색출된 유대인들을 처형하던 임무까지 맡게 한다.
히틀러는 전세가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에 대한 가혹한 증오를 접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 집 저 집 떠돌아다니며 위탁 받았던
일곱 살 유대인 소녀 르네도 마침내 남의 가족들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처지에 놓인다.
턱밑까지 쫓아온 나치는 유대인을 숨겨준 선량한 사람들도
가차 없이 처형했을 정도였기에 르네를 맡았던 어느
가정은 살기 위해서 신부님께 아이를 맡겼다.
하지만 신부조차 이 아이를 맡아 키울 형편이
안 되었고 때마침 지나가던 미군병사 2명을 발견하고선
르네의 신분을 밝히며 데려가 줄 것을 요청한다.
아!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이들은 미군으로 위장한 나치 특수부대원들이었던 것이다.
이제 사자굴에 던져진 토끼 같은 운명...
우리가 이 소녀의 운명이 어찌될 것인지
굳이 예상치 않아도 뻔하다.
그런데 르네가 죽음을 앞에 두고서 보인 기이한 행동과
눈빛들은 그녀의 머리에 방아쇠를 날리려던
다른 독일군 병사를 같은 독일군인 마티아스가 동료를 사살하게 만든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르네.
독일군 병사와 유대인 소녀의 동행이라니
세상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기묘한 만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티아스와 르네는 근처 오두막에서
몰래 숨어 지내다 어느 농장을 발견하게 되고 지하실에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나중에는 미군이, 또 나중에는 독일군이 찾아오게 되는 얄궂은 상황들.
비좁은 지하실에서 지내는 안 마티아스와 르네의 정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언제 정체가 발각될지 모를 일촉즉발의 위기들이
끊임없는 긴장감과 서스펜스로 곧 폭발할 것만 같아.
미군도 독일군도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두 사람,
한 명의 목숨이 또 다른 한 명의 목숨과
직결되는 위기일발의 연속.
마티아스의 정체를 의심하는 미군들,
르네의 정체를 의심하는 독일군들...
그럴 때 마다 마티아스는 소녀 르네를 지키기 위해
순간순간을 기지로 대응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맞서는 나만의 병사였다.
르네는 그를 그렇게 부른다.
비로소 그동안 영혼 없는 살인기계로 살았던 마티아스의
돌덩이 같은 마음이 르네를 통해 생존에의 의지와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고자 하는 불굴의 희생정신으로 변화할 수 있었고
그를 변화시킨 르네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고
의연해서 놀라운 아이였다.
과연 그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이 지옥 같은 순간에도 한줄기 빛과 희망을 발견하고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유대관계를 놓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여정과 사랑은 눈부시고 충분히 감동적이다.
장면 하나 하나가 영화 같은 순간들,
아니나 다를까.
원래는 영화 시나리오로 쓰여 졌으나
소설로 개작된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과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영화로도 확인하고 싶은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