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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무기 - 이응준 이설집
이응준 지음 / 비채 / 2017년 1월
평점 :
도대체 ‘이설(異說)’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 “이응준”이 꿈꾸었다는 ‘이설가’란 단어 앞에서
무척 생경해서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그의 첫 산문집 <영혼의 무기>에 실린 갖가지
산문들을 읽고서는 좀처럼 정의내리기는 힘들지만
일단 두께에 미리 겁먹지 말라.
그리고 차근차근 읽어나가 보라.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하지 않고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마치 문학이란 또 다른 이름의 정글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왔던
작가의 정신세계가 숨 가쁘게 펼쳐지는 동안
우린 그 밀도에 매혹될 테니까.
그러니까 당혹 대신 매혹.
우선 영화 <언더그라운드>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두 영화에서 느낀 비애와 절망이라는
상대적 상실감의 간격은 결국 만물의 영장이라며
스스로 격을 높인 우리네 인간들의 오만과 독선이라고
성토했다.
결코 군림하라고 독화살 날리는 모양새가 된다면
자연의 가치와 존엄을 애써 짓밟고 외면하는
파괴자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이라고 한다.
우린 으뜸이 아니요, 고약하고 더러운 영혼들이 아니냐고
일갈하는 그에게서 ‘독설가’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예술과 외설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인지.
우리사회가 갖추고 있는 위선적 성문화의 이면에서
대중문화의 배설구에 채워진 족쇄는
또 어찌 처리해야 하느냐며
성토하는 작가의 호언장담대로 뽀로로는
절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눈 가리고 아웅할 게 아니라
자연방목 한다면 음란하지 않은
예술이 자연스레 번성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보고 싶나.
또한,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걸 모르게 된다는 말을 소개해준다.
맞는 말이기도, 그렇지 않기도.
예전에는 <삼국지>를 너무 많이 읽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된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는데
‘복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전문가의 솜씨에 맡긴 그 요리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녹이겠으나, 어설프게 손질해서 먹었다가
큰일 치른 사연들과 무엇이 다르겠나.
독서를 삶의 폭을 더 넓히고 토대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데 활용한다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발전을 이루는데
참고자료로 활용한다면 무엇이 두렵고 해가 되겠는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따라서 <영혼의 무기>를 읽을 때는 수십 년 세월이
차곡차곡 쌓아온 경력과 자아성찰,
때론 반려견 "토토"와의 눈물겨운 이별에서
함께 공감해도 좋고 말 그대로 미운 사람을 가격하는데
쓴다 해도 나는 만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심해처럼 방대하면서 깊고 그윽한 글 하나 하나의 힘이
강력한 무기가 되어 영혼을 두텁게 싸고돈다.
그렇다면 참말로 투쟁하고 대결하고 싶은 책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