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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컬렉터 ㅣ 링컨 라임 시리즈 11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장기적으로 애정 해 마지않는 “링컨 라임 시리즈”가 열한 번째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평들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나 간혹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평도 보이기에 이번엔 어떨까 궁금했었다. 시작부터 범인은 예상보다 더 빨리 등장하는데 옷가게 지하실에 내려갔던 여점원이 얼굴에 라텍스 마스크로 정체를 가린 그의 습격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격렬히 저항해 보지만 마취제에 당하고 마는 그녀. 연결된 통로를 통해 터널로 그녀를 끌고 가는 살인마는 피부를 쓸어 만지다 독을 주입한 문신을 새겨 살인하는 방식을 사용 했다.
문신은 상하에 나란히 물결무늬에 두 번째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후 “링컨 라임”팀은 희생자가 발생할 때마다 새겨진 피부의 각각 다른 특정 숫자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모든 동원 가능한 데이터로 조합해 끝내 밝혀낼 때 드는 경탄.
캬~~~ 이전까지의 범인들은 은밀히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부했지만 소량의 증거물을 남기는 바람에 영문도 모른 채 당하고 말았다면 이번의 “스킨 컬렉터”는 벌써 “링컨 라임”의 수사기법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현장에 증거물을 일체 남겨두지 않은 채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용의주도함을 보여준다. 치밀한 녀석이다.
게다가 책 제목이 말해준다. “본 컬렉터”의 영향을 받은 놈인지는 몰라도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어떤 연관성이 노출되고 있어 가족이나 지인이 복수에 나선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와는 별개로 진행 중인 조사.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비치는 "라임"이 낯설다.
예전에 <돌 원숭이> 편에서 중국인 형사의 죽음에 상심을 먼저 보여주었던 그인지라 이해는 하면서도 망자에게 보내는 꽃이라니, 내가 다 오글거리네. 확실히 “톰”이랑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준데다 “톰”은 이제 "라임"의 또 다른 부인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신참도 여전히 어설프고 귀엽지만 좀 더 성장하는 모습, “론 셀리토”의 쾌유도 기원하며.
그런데 방귀가 잦으면 떵을 싼다고 자꾸 본질과는 거리가 먼 곁다리 사건이 소재로 밥상을 기웃거린다면 이면의 실체는 발톱을 교묘히 감추고 있다가 마수를 드러낸다는 것이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관통해온 방식이다.
그 점을 깜빡 잊고 있다가 다시 뒤통수를 맞았는데 먼저 놀랐다가 다 읽고 나면 “너무 인위적이다.”라는 평들이 무슨 소린지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상처가 아물면 새살이 돋아나 다시 시작해야 신선한 법인데 왜 이다지도 자기복제가 도를 넘은 것일까?
한 번 시도는 괜찮다. 하지만 또 다시라니? 이게 무슨 좀비소설도 아니고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나름 긴장감 있던 전개는 후반부 반전에서 속은 내가 바보지란 탄식이 나올 정도로 묵은 냄새가 풀풀 풍긴다는 게 아쉽다.
그리고 “스킨 컬렉터”의 정체는 진즉에 눈치 챘으니 모 상황이 자작 쇼란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새로운 공기를 들이 마신 후 맑은 정신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조금씩 시리즈의 피로감이 묻어나지 않도록.
오히려 다음 열두 번째 시리즈인 <스틸 키스(Steel Kiss)>야말로 내가 좋아할만한 소재가 아닐까 싶어 기대가 크다. 리모컨과 무선인터넷 통신망으로 스마트하게 살인한다는 방식. 피해자에게 접근해 증거물을 남길 우려도 없을 것 같고 익명성도 보장된 테크노 살인마인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럼, 얼릉 내놓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