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미 모턴"은 말한다. 우리의 인생을 집필하는 작가가 있다면 그 누구냐고? 운명과 우연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 틈새에서 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이자 동기라고 해도 좋겠고, 아님 구체적으로 사람을 지칭한다면 필시 "찰스 제이컵스""제이미"의 인생에 등장해서 맡은 역할을 판단해보건 대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가 되고 말았다는.

 

 

"제이미"도 유년시절의 일부만 뜯어보자면 형제 많은 중산층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또래 아이들처럼 다사다난하면서도 평범한, 추억 많은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41녀라는 조건에서 보자면 그렇겠다. 장난감 군인들로 2차 대전을 치루는 모습은 나 역시 그랬기에 그 시절들이 무척 그리워지고. 어느 날 평소처럼 혼자 미국 대 독일군 간 전투 시뮬레이션을 실습하던 중에 불쑥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타나 신묘한 전략전술을 알려주었던 젊은 목사 "찰스 제이컵스" 목사와의 첫 만남은 훈훈.

 

 

"찰스" 목사는 소년 "제이미"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모두에게 신망 두터운 사람이었는데 친절하고 자상한 이 사람은 특이하게도 전기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다. 흔히 과학기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하여 종교와 때때로 불협화음을 빚는 경우가 상당한데 "찰스" 목사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전기를 이용하여 만든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시켜 주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자동차사고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이 사고만 아니었다면 모두의 인생은 정말 소박하면서 평범하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와 인연을 맺은 수많은 사람들에 한해서는. 그러나 우리네 인생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오늘 살아 있음을 감사히 여겼어야 할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만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주변사람들이 어쭙잖게 위로랍시고 한마디씩 힘내시라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당사자에겐 죽은 아내와 아들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맘처럼 쉽게 그 고통과 상처를 씻어낼 수가 없었기에 마을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무섭고 독한 설교를 작심하고 쏟아내어 버렸다. 하느님을 부정하고 원망하는. 모두가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고 결국 그는 마을에서 추방당한다. "제이미" 만큼은 그를 마지막까지 믿고 지켜주려 했지만 신성모독의 죄는 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이미"도 어느덧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니 밴드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고 약물에 빠지기도, 사랑에 빠져 뜨거운 섹스도 즐겼다가 그녀와 이별하기도 했으며, 가족들 중에는 병사도 있었고 불행한 사고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 점점 피폐해지던 "제이미"를 구한 사람은 뜻밖에도 "찰스"였다. 목사가 마을에서 쫓겨나던 날, 마지막으로 그를 배웅해준 유일한 사람 "제이미"를 구해준 사람이 "찰스"였으니 이 얼마나 기묘한 인연이던가.

 

 

, 그러고 보니 "제이미"를 구한 방식이 예전 콘 형을 치료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찰스"가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전지전능한 아버지 전기였다는 사실에서 벌써 빛과 어둠의 양 갈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지나친 반응인 것인가, 예민한 반응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다시 만난 그 남자는 전기 쇼를 이용한 사기극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잡범처럼 생각해도 무방.

 

 

그런데, "찰스"가 무엇인가 꾸미기 시작하는 것 같다. 대단히 위험하고 두려운데다 해서는 안 될 금기의 영역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제이미"는 내심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자신과 함께 하자고 손길을 내미는 그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지금이라도 거절하고 무조건 말려야만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가족을 끔찍한 사고로 잃은 전직 목사가 신앙심마저 잃고 광기에 휩싸여 벌였던 일의 대가는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웠으니.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 없듯이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어버려 눈앞에 펼쳐진 그 너머는 보지도 말고 알지도 말았어야 했고 누구에게도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어떤 현상이자 세계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닿고자 했던 "찰스"의 집념은 처절했고 맘 아프기까지 했다. 무섭고도 슬픈데다 중반부의 루즈한 분위기를 일순 뒤집어 버리는 폭풍 같은 후반부에 강렬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 초자연적인 호러의 마력은 상징적 느낌들이 지금도 머릿속에서 명징화하여 맴돌고 또 맴돈다. 쉽게 지워버리기 힘든. "스티븐 킹"의 이야기 풀어내는 솜씨에 이번에도 당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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