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일상은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에도 늘 평온해 보인다. 종일 격무에 시달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반기는 가족들이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리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말없이 TV를 시청하기도 하고 시간이 되면 굿나잇을 속삭인 후 한 침대에서 잠이 들기도 하는... 무료한 듯 보이지만 닭장 같은 아파트 불빛들을 잠시 보노라면 가내 평안하신지 문득 쓸데없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 집에서 동거하는 가족이니까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일까? 알고 있다면 듣고만 말았는지 적극적으로 고민상담도 해주고 속 시원히 해결까지 해주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우린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숨겨진 비밀까지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면 사정은 좀 다를 거라 희망 섞인 전망도 해보지만 사람 마음, 그 깊은 심연을 온전히 들여다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레이스 로슨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다정한 남편까지 특별하진 않아도 단란한 가정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아쉽다면 과거 록 콘서트 현장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혼란에 빠진 관객들에 떠밀려 부상당한 몸이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정신적 트라우마도 극복해냈고 일상생활에 불편은 있어도 이만하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잔잔한 일상에 파문이 인다. 가족들과 과수원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서 찾았는데 그중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좀 옛날 사진 같았는데 다섯 남녀가 서 있고 어떤 여성에게는 엑스 표시가 있는가 하면 남편 잭으로 보이는 남자도 포함되었었다. 남편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모른다 해놓고선 어딘가 통화를 하더니 갑자기 차를 몰고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동안 돌아오지도 않고 연락도 없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애타는 맘으로 그레이스는 경찰에 실종신고도 해보지만 경찰에서는 일시적인 가출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듯 하고 수소문 끝에 남편의 누나도 만나 보지만 모른다며 무엇인가 숨기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라는 한국인 남자가 돌아다니면서 누군가를 납치하거나 때론 살인도 서슴지 않는데 정체와 동기가 영 수상쩍은 이 남자와 주변의 피해자들 그리고 그레이스의 사연들은 나란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각자의 시선과 각자의 사정을 담는다.

 

 

그렇게 별개의 줄기처럼 보이던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도가 어느 순간에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지는데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레이스가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벌이는 탐문과정과 추리적 사고는 정말 불굴의 집념과 의지에 가깝다. 양파 껍질 벗기는 것처럼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연속이었으니까. 그 진실의 실체에 도달하기 위해서라도 쉼 없이 페이지를 넘겨야만 한다.

 

 

남편인 은 아내에게 배신이었을 만큼 추악한 범법행위를 저질렀던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마침내 드러난 진실 앞에서 우리는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비밀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용서하며 때론 눈감아 줄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해법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솔직히 "그레이스"였으니까 가능했을 전개이다. 현실에서도 많이 존재한다면 다수가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러나 현기증을 느끼고 싶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