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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확실히 불경기가 맞다. 거래처를 방문해 봐도 다들 영업실적이 신통치 않아 일감이 불규칙적이라고들 한다. 그러면서 지나친 사세확장을 걱정했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일이 인지상정이라 하겠다. 도시마저 이러질대 도마자와 면은 오죽할까, 물론 도마자와도 옛날엔 역시 번창하던 시기가 있던 탄광촌이었으나 에너지 수급정책의 개편에 따라찬 서리 맞아 이제는 쇠락해 버린 곳이다. 인구는 날로 줄어들고 도시로 떠나는 청년들로 인하여 고령화가 심각한 지경이기도 하다.
우리 아저씨 무코다씨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25년 째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년. 연로하신 어머니와 아내, 딸, 아들 하나씩 두었는데 딸은 도시로 떠났고 아들 또한 떠났다가 느닷없이 이발소를 이어받겠다고 하니 마냥 좋아만 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는 아들이 돌아와 든든한데다 지인들마저 귀향하는 젊은이에 대한 호평일색이라지만 무코다씨는 혹시 도시 직장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 나오듯이 돌아온 게 아닐지 내심 불안과 불신으로 아들을 바라본다.
다른 젊은이들과 한데 어울려 도마자와의 번영을 다시 일굴 갖가지 아이디어와 의욕을 왈가왈부 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다시 활기에 가득 찰 조짐이 보인다. 다만 기성세대에서도 무모한 객기로 간주하는 이도 있고 젊은이들은 실패를 두려워말고 일던 부딪혀보자, 왜 안 된다고 미리 겁먹고 물러서냐고 반발하기고 한다. 마치 라스에 출연했던 빅뱅의 승리를 보는 것 마냥 도전의식이 강한 젊은이들을 뭐라 나무랄 수가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무코다씨를 비롯하여 이웃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한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이슈가 될 만한 것도 사실 없다. 어딜 가나 촌에는 노총각들이 신부감을 구하지 못해 해외에서 신부를 데려와 국제결혼을 하는 모습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유독 상처받은 짐승마냥 자존심 때문에 이웃사람들에게 중국신부를 공개 않고 꽁꽁 숨기려 들던 어느 노총각이나,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물사하는 미모의 마담에게 푹 빠져 남자고객들끼리 경쟁관계에 놓인다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재미난다.
남들 가는 장가 늦게 가는 게 맘처럼 뻔뻔해지기도 어려우리란 점도 이해가 되고 도시물 먹은 이성이 등장한다면 꺼진 불씨 되살리고 싶은 것도 그맘때의, 그곳에서 일어나게 되는 현상으로 당연하겠다. 당장은 이것저것 도마자와를 되살릴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성장 동력이아니더라도 누구네 집에 숟가락 몇 개, 젓가락 몇 개 같이 온 동네가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즉시 팔 걷어 붙여 나서는 단결된 모습들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살았던 옛 가치와 인정들이 아직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차츰 나아지리라. 이곳은 경치 좋고 사람 좋고, 모든 면에서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