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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원 나무 아래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0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피에르, 마당에 좀 이상한 게 있어요.”
소피아의 말에도 남편 피에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그 누구도 마당에 심은 적 없다는 너도밤나무 한그루가 무슨 대수일까? 곰곰이 되짚어 보자면 집안에 무단침입해서 나무를 심었다는 것인데 불안감, 오싹함을 느껴야 정상이겠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때론 무심하게 넘어가기도 하는 일이 다반사이겠다. 독자의 입장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단 말이지.
원래 작은 의혹을 처음부터 유심히 관찰해서 경계를 제대로 했더라면 미스터리는 아지랑이처럼 일어나지는 않을 터. 남편은 끝내 이 나무의 존재를 신경 안 쓰고 넘어가지만 소피아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웃집 문을 두드린다. 어랏, 다 쓰러져가는 그 집에는 네 남자가 살고 있네. 가장 연장자인 퇴역 형사 방두슬레, 역사학자 세 명 : 방두슬레에 의하면 그들은 마태복음, 누가복음 같은 복음서로 불리 우는 마티아스, 뤼시앵, 마르크이다. 아하, 이래서 복음서 시리즈로 불리는구나. 정작 당사자들은 그리 불리는 것에 질색하는 것 같으면서도 체념하고만 그 상황들이 굉장히 우스꽝스럽다.
이 남자들에게 돈을 줄 테니 나무 밑을 파달라는 부탁을 하는 소피아. 뭐 시체라도 나왔다면 발칵 뒤집어지겠지만 그럴 일은 없었고. 헛수고 했다면 투덜대던 차에 실종되어 버린 소피아. 아내의 실종에도 역시 별다른 반응이 없이 무심한 남편 피에르, 그리고 그녀와 가깝게 지냈다는 이웃녀 쥘리에트, 이모를 만나기로 했다고 아이를 들쳐 업고 찾아온 조카 알렉상드라까지. 소피아의 실종을 두고 여러 사람이 수상하다 싶었는데 실종되었던 그녀가 불탄 차량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 모든 것이 계획적인 살인이었음을 직감하는 사총사.
그제야 마당에 심어진 나무는 무언의 경고 같은 상징물이었던 것 같다. 다짜고짜 심어질 까닭은 없는 법, 소피아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함으로서 그녀에게 무지불식의 원한을 품었을만한 상대와 그 배경을 조사하는 사총사의 추리와 캐릭터별 매력이 인간적으로, 유머러스하게도 그려진다. 분명 그녀의 죽음으로 인하여 이득을 챙길 사람이 있겠지. 증인으로 나섰던 사람마저 살인당해서 사건은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지는데.....
제목대로 생명력의 상징이자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사수하는 나무가 죽음을 불러오는 무서운사신이 되어 버리는 이 설정은 끝에 가서야 오싹하고 두렵게 만든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답은 항상 가까이에 있지만 단 한번만으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줄은, 또 그 점을 허점으로 노렸다니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그 살인동기야 살면서 늘 마주칠 수 있는 사실적인 위협이다 싶다가도 다시 한번 발상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겠다. 복음서 시리즈가 아담스베르크 시리즈보다 더 다채롭게 끌리는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좀 더 고전적이면서도 노회함을 노련함으로 역이용하는 방두슬레에게서 느낀 아기자기한 재미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