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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처럼 검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3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제2권 <눈처럼 희다>에 이어 제3권 <흑단처럼 검다>가 출간되면서 마침내 완결되었다. 전작에서 사이비종교의 집단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루미키는 조용히 지내고 싶은 바람과는 달리 이제 영웅이 되어 버렸다. 매스컴이든 주변 친구들이든 상관없이 핀란드에서 스타덤에 올랐으니 참 피곤한 세상이다.
그래도 루미키를 버티게 하는 힘은 새로운 남자친구 삼프사 덕분에 황홀한 사랑을 체험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전 남친 블레이즈가 나타나 다시 옛 관계로 회복하기를 원하며 보채어서 양손에 뜨거운 감자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관계를 청산했다는 판단이 들어 삼프사에게 온전히 올인하고 싶으나 블레이즈에게도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가끔씩 마음인 흔들린다. 이놈의 정.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루미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스토커가 따라 붙기 시작한다. 사랑을 갈구하며 모든 것을 꿰고 있노라는 스토커의 메시지는 루미키로 하여금 삼프사와 블레이즈를 의심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그 점을 노린, 분열을 노린 스토커의 작전일지도.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토록 그녀를 옭아매는 것일까?
때마침 그녀는 학교 연극에서 백설공주역을 맡아 연습에 매진하던 차였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동화처럼 왕자님으로부터 구원받는 수동적인 공주가 아니라 자신을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기를 바라는 왕자님의 음모와 술수였다는 스토리의 연극이라 반항심 깊고 능동적인 성격의 그녀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역이었다고 생각된다.
스토커의 집착은 더 집요해진다. 그녀의 기억 속에 봉인해두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까지 들춰내면서 정신적으로 정복하려는 스토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이렇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꽁꽁 닫아야 했던 이유를, 그녀의 부모님에게 드리워진 어둡고 우울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결과적으로 루미키는 마음의 상처에 맞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스토커의 정체는 예상대로였으며 오히려 그자가 아니었다면 순수와 잔혹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십대시절을 결코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문제는 피할 게 아니라 정면 돌파할 때 오히려 해결책을 찾아 봉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루미키는 점점 어른스러워지겠지. 몸도 마음도 이번 기회를 통하여. 안녕 루미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