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희다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2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핀란드 작가 살라 시무카의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두 번째 이야기 <눈처럼 희다>가 나왔다. 전작 <피처럼 붉다>에서 피에 젖은 돈 봉투의 비밀을 뒤져 마약조직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던 루미키는 지금 체코 프라하 여행 중이다.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고 조용히 혼자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곳을 택했는데 고등학교 졸업반 진학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다. 프라하의 낭만, 황홀함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일터, 한동안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소녀는 늘 위험과 말썽을 불러오는 매개체일지도 모른다. 좋다 좋아를 연발하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것 까진 좋은데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뭐란 이지? 머지않아 그 불안함, 찝찝함의 실체가 자신이 친언니라고 말을 걸면서 확실해지는데 아버지에게 숨겨둔 딸이 있었음을 직감하고 놀랐다. 아니 솔직하지 않은 아버지에게 실망 아니면 불쾌감을 느끼는 루미키. 그렇게 두 소녀는 자매로 재회했다. 아니 그 말이 맞을까?

 

 

두 소녀의 우정은 그림형제의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그 결말도 닮은 듯, 닮지 않은 것도 같다. 늘 혼자였던 루미키에게 배다른 언니가 있다는 사실은 경우의 수를 따져서라도 새로운 기쁨, 새로운 발견, 새로운 환희일까. 그런 만남과 관계도 십대소녀로서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전작에서 내내 언급해왔던 남친(?) 블레이즈와의 로맨스에 들떴던 시절이 그려지고 있어 사랑에 굶주린 소녀의 감정들이 아주 진하게 폭발한다.

손끝 하나만 스쳐도 곧잘 죽어버릴 것 같은 그 짜릿함에서 그렇게도 정체성 모호한 그 녀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마음들은 읽기에 감당하기 힘든 면도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여심이 반영된그냥 그런 면들만 부각된다면 이 시리즈를 로맨스로 한정지어야겠지만 엄연히 스릴도 넘쳐난다. 사이비 종교의 중심인물과 신도들, 이 집단을 취재해 한 건수 올리려고 혈안이 된 언론매체, 또 우연찮게 엮였다가 킬러로부터 쫓기게 되는 루미키. 이번에도 마수로부터 필사의 도주를 하는 그녀의 숨 가쁜 행보가 장르물으로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데엔 부족함이 없었다.

루미키와 언니라고 말하는 그녀와의 비밀과 진실은 마지막에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남지만 늘 그랬듯이 당당하고 꿋꿋하게 걸어 나가는 루미키를 보면서 안심하기로 했다. 다만 읽고 난 외동소녀들은 언니가 없어 여전히 외롭다 할지도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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