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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언제나 믿고 읽는 펄스에서 네 번째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미 국내에는 <메인>으로 먼저 알려진 트리베니언의 생애 마지막 밀리언셀러라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물론 <메인>외에도 <아이거 빙벽>같은 작품들이 예전에 출간된 적은 있지만 현시점에선 <메인>뿐이겠다. 트리베니언도 알고 보면 필명이라 작가에 대한 신상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 그 점만으로도 더 미스터리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배경은 1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의 여름,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한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바스크 지방하면 스페인의 북서쪽 지역을 일컫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라고 하니 지명이 헷갈리는 찜찜함을 안고 진도를 나갔다. 주인공 장 마르크 몽장은 인턴 생활을 마치고 그로 박사 밑에서 의사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사실 그로 박사는 은밀한 여성문제, 난잡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자유분방하다는 우회적인 표현도 가능한 사람이겠지만 그런 점이 특별히 이 소설에서 중요하지는 않다.
대신 이 남자 몽장은 외진을 나갔다가 카티야 트레빌이라는 여성이 남동생이 다쳤다며 자신의 집에 외진방문 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책 표지 앞면처럼 그녀에게는 뭔가 매력적인 아우라가 풍기는데다 시대의 여성으로서는 흔치 않게 해부학과 프로이트 관련 지식을 가진 묘한 아가씨였다. 몽장은 점차 그녀가 자석이라도 된 것처럼 끌리더니 단박에 사랑에 빠져 버린다. 시간은 이대로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걸 허락할지도 모른다. 잦은 만남은 이제 그녀의 집에 드나들게 만들었으니까. 처가가 되려나.
그런데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 장애물이 등장한다.
카티야의 쌍둥이 동생 폴이 결사적으로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걸 반대하면서 사사건건 감시와 간섭을 일삼는다. 몽장은 폴의 동의를 구하고자 열심히 달래고 사정해보지만 꿈쩍도 않는 폴로 인해 슬슬 부아가 치밀더니 수시로 둘은 투닥댄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먹다짐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폴의 집착은 심했다. 게다가 카티야의 아버지도 정신상태가 오락가락 하는 게 이 집안 식구들에겐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몰래 몰래 사랑을 이어가다가도 그녀가 어느 순간에 선을 그어 버리니 진퇴양난에 처한 몽장의 애끊는 짝사랑이 못내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진도를 빼면 그녀는 내 사랑이 될 터인데 이상하게도 결정적인 순간에 담을 쌓는 그녀 때문에 끝내 좌절하고 돌아서려는 몽장의 울분에 가슴 한켠이 찌르르하니 아파왔다. 정말 비련의 로맨스로 끝나고 말 것인가. 남자의 마음을 왜 이리 몰라. 버즈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더니 결국 결말은 로맨스가 덧 씌워진 감성스릴러, 로맨틱 스릴러였다.
속사정은 참혹했다. 어느 정도 짐작한 대목도 있기는 했지만 폭력이 어떻게 한 사람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세계마저 무참히 짓밟게 되는 지 여실히 드러내는 극적 로맨스였다. 너무나 가련하고 슬픈 사랑에 가슴이 사무친다. 젊은 날에 다른 이들처럼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파괴당한 그 넋을 제대로 이해하고 달래주고 싶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