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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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살인이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본문 중에서>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테드 스버슨여자 릴리 킨트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되었을지는. 제목에서 이 상황을 법칙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선 복선이 있으리란 암시가 느껴진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비행기로 자릴 옮겨 계속 대화를 이어가는데 돈 많은 남자는 테드는 아내인 미란다가 다른 남자랑 불륜에 빠졌다며 죽이고 싶다는 속 사정까지 털어놓는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이 정도까지 개인사를 끄집어내기도 쉽지 않은데 놀랍게도 릴리는 남자의 분노에 맞장구를 쳐주며 함께 미란다에 대한 살인 공모를 협의하기에 이른다. 이제 두 사람은 수차례 만나 머릴 맞대며 완전범죄를 꿈꾸는 동안 서로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끼는데 사랑이 막 시작될지도 모를 초기 상황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두 사람의 살인 공모가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그들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지금의 성정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화자의 시점을 번갈아 전환하면서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테드가 아내인 미란다를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혹시나 의처증일까 하는 염려를 말끔히 지워내면서 미란다는 확실히 악녀라는 증거를 들이민 것이다여러모로 안타까운 심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동시에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릴리사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인생에 태클을 거는 주변인들을 교묘하게 살인한 뒤 자기 합리화와 비상한 기지로 여태까지 의심받지 않고 살아왔다는 사실 또한 뜨악하게 만든다.
        
    
중반까지는 두 남녀가 화자였다면 중반 이후 미란다가 새로이 화자로 등장하면서 루틴 게임으로 막을 내릴 것 같은 전개가 죽이려는 쪽과 반격하려는 쪽의 팽팽한 두뇌게임이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예측 불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 게임의 결승전은 악녀 vs 악녀라는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전혀 접해보지 못 했던 대결 구조였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관점은 서두에서 릴리의 가치관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결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개념을 벗어나서 히어로에 대한 고정관념마저 깨뜨리고 있는 셈인데, 이것을 옹호하느냐, 불편함을 느끼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 그렇다면 어느덧 살인을 복수라는 미명하에 응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맘속에 칼을 품고 있을 여자들의 신념이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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