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놓지 마
미셸 뷔시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섬 레위니옹. 알고 보면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이기도 하고 인도양 모리셔스 섬 근처에 있으며 프랑스 해외주의 하나인 곳이다. 인구가 80여만 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개체수와 화산과 협곡이 유명하여 지상 최후의 낙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유명 휴양지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왜 잘 알려져 있지 않을까나.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섬 레위니옹에 여느 가족들처럼 마샬 벨리옹, 아내 리안 벨리옹, 여섯 살 딸 소파가 황홀한 바캉스를 즐기고 있었다. 푸른 산호초 바다가 참 낭만적이다 싶을 때 아내 리안이 들어간 호텔 방에는 선혈만 낭자한데 정작 당사자는 깜쪽 같이 실종되었고, 사라진 아내를 찾아달라는 실종 신고를 낸 남편에게 경찰은 살인용의자라는 혐의를 둔다    

왜냐면 마지막으로 그 방을 드나든 남편이 카트까지 빌려 무엇인가 운반했다는 목격자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해변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어느 남자의 칼에는 마샬의 혈흔이 채취되는 등 발뺌하기 힘들 정도의 정황들이 모두 남편을 살인자로 지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궁하는 경찰을 피해 마샬은 딸 소파를 데리고 대 탈주까지 저질렀으니 평화롭던 섬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열띤 추격전이 시작된다.

 

 

처음엔 누명인가 싶었는데 카트도 수상하고 어린 딸을 대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이상심리도 볼 수 있으며(손찌검까지) 주변엔 시체까지 있으니까 이 남자 마샬이 의심스럽다. 딸마저도 아빠에 대한 믿음이 오락가락해진다. 나라도 절대 신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살인자인가? 변장도 했다가 렌터카들 사이에 차를 세워두고 가는 대범함, 넘어갈 국경이 없는 폐쇄된 섬에서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가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이야기의 속도는 때론 빨랐다가 때론 쉬어가는 것 같은 템포조절이 나름 능숙한 편인데 과거 전부인 사이에서 낳은 어린 아들이 사망한 적이 있었단 과거사까지 드러나니까 빼도 박도 못할 지경에 이른다. 이 책의 제목은 과거의 아들과 현재의 딸을 잇는 연결고리이기도 한데 그와는 별개로 이렇게 보이는 대로 끝나는 것일까, 그랬다면 맥 빠지는 결론이 되었겠지. 그럴 확률이 높았는데 진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이 섬에 온 이유와 사라진 아내의 상관관계가 적절한 수준의 반전을 제공했다  

 

인간의 분노와 증오는 때때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광기로까지 폭발한다. 굳이 따지자면 마샬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다만 이 같은 경우는 공동책임 사유로 봐야할 텐데 인간은 남의 얼굴에 묻은 X을 지적하고 나무라지만 정작 자신의 얼굴에도 X이 묻었음을 거울로 확인하려 들지 않는데서 갈등이 촉발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나를 찾지 마> 같은 케이스와는 다르지만 일방적으로 흐르는 제3자의 광기 앞에서는 정말 대책 없다 싶다. 다만 전반적으로 강한 몰입감은 부족한 편이라 소설 속 배경인 레위니옹 섬 관광 홍보소설로 쳐서 당장 떠나고 싶기도 하다. 게다가 뻣뻣한 캐릭터들, 특히 마샬을 쫓는 아자 경찰대장은 어진 남편 만난 게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덕택일까 싶을 정도로 여성으로도 경찰 캐릭터로도 참 매력이 없다.

 

다혈질에 융통성마저 없어 보이는 그녀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는 등 특별히 돌출되는 등장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상태에서는 정말 휴양지 가서 시간 날 때 잠깐 보는 소설 정도겠다. 반전은 나쁘지 않으나 이야기 전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함. 결국 <검은 수련>이나 <그림자 소녀>를 아직 안 읽었다만 그닥 관심이 안가는 까닭은 스타일이 어딜 가지 않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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