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 만난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신작 <지옥이 새겨진 소녀>이다.

읽으신 분들이 열의 아홉은 매력적이라며 침 튀겨가며 호감을 표시하는 마르틴 슈나이더. 미들네임 S를 빼먹고 부르기라도 하면 반드시 정정하는 괴팍함은 자비네를 다람쥐라고 부르는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곧 죽어도 산골짜기 다람쥐를 연호하는 바람에 잠시 두 사람이 사귀는 관계가 아닌 가 착각도 했었다. 모르고 봐서 슈나이더가 자비네 귀에 달콤하게 속삭이며 부르는 애칭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냥 놀림거리였다. 계속 부르니까 오글 거리도 하다가 나중에 음성지원 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비호감이라는 독자가 한명 정도는 있더라.

 

 

암튼 전편에서 살인마에게 엄마를 잃었다는 자비네양은 이번에 남친마저 살인마에게 당했으니 참 가엾기도 하여라. 이 시리즈를 잘 모르겠지만 자비네양과 멜라니 검사 두 사람이 하드캐리 하는 것 같은데 여전히 인기는 슈나이더에게 집중, 아재개그 잘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해결한 사건들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나보다. 중반까지 두 개의 사건이 축을 이루어 언덕배길 넘어가는 동안 좀 무겁고 지치긴 했고.

 

 

때로는 단테의 신곡이 문신으로 새겨진 소녀들이 연이어 시체로 발견되고 또 한편에선 인육 전시체험을 그윽하게 벌이는 연쇄살인마들의 파티... 잔인하게 어필하려 한 듯한데 이제 면역이 되어서 그런지 눈을 감고 상상하였다. 어떤 그림일까. 후반에 넘어가서는 나름의 반전도 보여주면서 이 범죄의 동기를 한자성어로 설명하면 역지사지정도 되려나. 법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중간에서 양측이 한 치의 억울함 없이 공정한 집행이 되기를 바라나 실제로는 그 어느 누구도 불만족일 경우가 많다. 특히 처벌이 관대하다고 느껴질 때는 법의 집행자는 피해자의 슬픔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달리 보기.

 

 

그리고 여주들의 활약도 눈부시고 고생 많았다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경직된 관료조직에서는 그 어떤 주인공도 소신껏 수사 활동을 하지 못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상부에서는 막 내리누르니 밑에서는 정면 박치기도 했다가 꼼수도 쓰는 등 험난한 역정을 거치는 게 이 장르의 공식이겠지. <산부남> 시리즈에서도 늘 남주는 범죄를 쫓아다니느라 가정에 소홀해서 욕 들어먹는 캐릭터로 나오는데 이 또한 공식이 아니던가? 슈퍼사이코 살인마를 상대하려면 모든 전력을 다했을 때만 겨우 승산이 보인다. 여자라고 무시당한다는 설정은 커녕, 오히려 그 반대이더만. 작가가 여자였으면 백퍼 그런 의도겠지만 이 소설 작가는 남자니까 억압에 대한 관점은 더 크거나 다르다고 본다.

 

 

그러니 이제껏 닳고 닳도록 보아온 이 같은 캐릭터들, 그리고 환경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게 용납이 안 된다면 넬레 여사의 <끝나지 않는 여름>같은 판타지 로맨스를 읽으면 정신건강에 좋겠다. 근데 , 다람”. 이 대목은 아무리 생각해도 웃겨죽겠다. 총에 맞았던가, 칼을 맞았는지 기억 안 나지만 슈나이더씨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순간에 터져 나오던 저 말, 정말 못 말리는 짱구 아저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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