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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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 주인공 후카세를 보면서 자신과 많이 닮았다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을 깊게 한 걸 보면 나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후카세는 사무용품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일 마치면 단골 커피가게를 자주 찾는 그럼 사람이었다. 늘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수시로 잊혀져왔는데, 그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은근 왕따를 당하고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었으며 대학에 들어가서는 고향친구들과 일체 연락을 끊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도 대학시절 몇몇 안 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파이팅이 넘치던 무라이, 허세가 있어 보이는 다니하라, 마음이 넓고 자상한 히로사와, 오직 교사라는 꿈에 매진하던 야무진 아사미까지 네 명의 친구들은 나름 단짝들이었다. 다만 그중에서도 역시 겉도는 사람은 후카세 였다는 사실만 다를 뿐이다. 

 

 

피 끊는 청춘들이 모였으니 의기투합해서 여행 한번 다녀올 법도 한데, 어느 산속 별장으로 실제로 떠난다. 교통사고가 난 무라이만 추후 합류하기로 하고 먼저 세 명이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나서 흥에 취해 술을 마셨다. 때마침 날씨도 험악한 날, 무라이는 세 명에게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하고 셋 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라 막상 누굴 보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후카세는 면허가 없었고 아사미2차 시험을 앞두고 음주운전을 꺼려한다. 결국은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된 히로사와가 운전하기로 결정 나서 차를 몰고 나가지만 불행히도 추락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평생 씻을 수 없는 가책, 세 사람은 히로사와에게 음주 운전을 부추기고 말리지 않은 책임이 있었으나 차마 용서를 못 구하고 쉬쉬하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묻혀가던 세월, 어느 날 후카세는 살인자란 메모가 그의 여친에게 접수되어 그녀로부터 진실을 추궁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발 메시지가 날아드는가 하면 어떤 친구는 철로에 떠밀려 죽을 뻔 한일까지 벌어진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친구들은 모여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기도 했는데 후카세히로사와의 고향을 찾아가 그의 교우관계를 조사해 나가기 시작한다. 분명 범인은 히로사와와 가깝게 지냈던 인물일거라고 확신한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속죄의 결과는 할런 코벤<용서할 수 없는>이나 미쓰다 신조<일곱 명의 술래잡기>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드러내어 빌지 않는다면, 아니 보통의 사람들은 애써 덮어두려 한다. 이에 반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리버스>는 반전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어떤 평판으로 기억되는지를 드러낸다. 그 동안 우리는 누구에겐 모난 정을 감싸 안을 줄 아는 넉넉함이 천성일 수도 있지만 쓰라린 아픔이 되었을지도 몰랐음에 뒤늦게 미안해하며 후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라고 기대고 싶은 마음, 그걸 받아주었던 그 관대함에 몇 번이고 눈물을 찔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늘 읽으면서도 번번이 당하고야 마는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하겠다. 그래서 마지막 한 줄에 반전을 이야기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은 대신 훈훈함을 대신 안고 책장을 덮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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