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온 아이

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소설에서 지리적 배경과 이야기의 모티브는 작가가 자라온 환경과 밀접한 관계일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작가는 알래스카에서도 가장 척박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도 살고 있으며, <인어공주>와 <백설공주> 그리고 러시아의 눈 소녀 이야기까지 여러 동화 등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을 것으로 짐작되기도 하기에 한시도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눈이 내리는 겨울이야말로 이 소설의 감성을 빛내기에 더욱 안성맞춤인 환경이다. 

1920년대 알래스카에 어느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행복을 좇아 이 황폐한 지역에 정착하려 하였으나 실상 무척이나 외로웠는데 한때는 부부에게 아이가 있었다. 벌써 십 년 전이지만 차가운 겨울 땅에 남편 "잭"이 아이를 묻기 전에 미처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조차 못했다는 아내 "메이블"의 심정은 오래도록 날선 슬픔으로 침식당해 있었다. 결국 주변의 불편한 시선에 견디다 못한 이들 부부는 도피하듯 이곳 알래스카로 이주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려 하였으나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고된 나날에 심신은 지쳐간다.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면 소원은 마법같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들 부부는 첫 눈 내리는 겨울에 그냥 아이 잃은 부모의 상실감을 해소하는 기분으로 그냥 눈사람을 장난처럼 만들어 보았을 뿐이다. 그 순간만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빼놓을 수는 없으리. 그렇게 우연히 이런 아이가 있었더라면 하는 심정으로 눈사람에 모자, 목도리, 장갑까지 끼워 주는 모습에선 "잭"과 "메이블"의 천진난만함에 덩달아 위로받는 것 같다고 할까.

아! 이런 무슨 조화였을까!! 다음 날 아침, 눈사람은 망가져 있고 작은 발자국이 숲을 향해 나 있어서 따라갔더니 그곳에는 눈사람같이 입은 소녀가 있구나. 이 소녀 “파이나”는 정녕 동화처럼 눈사람이 사람으로 변신할 것인지. “파이나”와 함께 하는 여우까지 새로운 만남은 인생이 회색빛깔 같이 칙칙했던 부부에게 비로소 복숭아 빛깔을 불어 넣는다. 비록 자신들이 직접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아이를 돌보는 마음만큼은 친부모나 다름없었으며 뒤늦게 되찾은 행복에 알래스카의 매서운 겨울날씨도 마음을 얼리지 못했다.

그런데 많은 동화나 설화, 그중에서도 러시아의 눈 소녀 이야기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정말“파이나”는 그런 이야기들과 아무런 상관없겠지. 제발 이 행복이 깨어지지 말고 세 사람 모두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파이나”가 살았던 오두막집. 눈앞에서 차갑게 죽어가는 아빠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그 작고 연약한 손으로 아빠를 감싸주었을 아이를 떠올리면 눈물이 뜨뜻해졌다. 이제 슬픔은 걷어내고 밝고 따뜻한 희망으로 잘 자라주었으면 바랄 게 없다. 그런 간절한 염원으로 읽으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내 마음을 졸였다.​    

“파이나”는 어쩌면 겨울에서만 살 수 있는 아이였을까? 날이 따스해지면 눈사람이 녹 듯 허망하게 녹아 흔적조차 사라질 그런 운명이었을지는 그 끝에 해답이 있다. 온 세상을 뒤덮은 설원의 비경처럼 아름답고 순수했고, 기쁨과 슬픔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이 마법 같은 동화 앞에서 누구라도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흠뻑 빠져있다가 정신 차려보니 주변은 다시 회색빛이었다. 그전까지 순간순간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