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글라스 아티초크 픽션 1
얄마르 쇠데르베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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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 출판전문으로 잘 알려진 아티초크에서 최초로 소설을 낸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그간 바쁜 탓도 있었지만 감상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까닭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삶에 있어서 센세이셔널한 이슈들로 빼꼭히 들어차 있기도 하거니와 최근작이 아니라는 점에 있어서 당시에는 상당한 문제작이었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스웨덴 작가 얄마르 쇠데르베리의 <닥터 글라스>그렇게도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 가능하고 영화는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주인공은 글라스라는 이름의 의사이다. 일기체의 형식을 빌어 은밀히 고백하는 투의 전개에서 그는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를 충실히 따르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그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거다. 환자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동정과 연민에 얽매여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수용하지 않고 거부하는 이 남자, 그도 한 여인의 속사정만큼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바로 마을의 목사의 아내인 헬가 그레고리우스 앞에서는 말이다.

 

 

그 목사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던 사람이었고, 그런 그의 아내인 헬가는 뜻밖에도 남편으로부터 강요된 성생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데다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져 있다는 고백을 전하기에 비밀은 번민이 되어 글라스를 괴롭히고 있다.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목사도 헬가에게도 어떤 악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누구의 편에 서서 이 문제를 중재할 것인가. 심각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결국 그가 택한 방법은 목사를 살해할 방법을 찾는 것, 어느 덧 헬가가 사랑한다는 남자에게 질투를 느끼게 되는 지경에 이르러서 말이다. 이때부터 내면의 갈등이 끊임없이 출동하면서 당대의 이슈였던 임신, 낙태, 살인, 안락사 같은 문제들이 먼 훗날에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지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야기에서 시대의 흐름을 맹렬하게 통찰하는 그 힘에서 왜 이 책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비록 그의 갈등과 선택, 고민을 두고 옳고 그름을 섣불리 판단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녀에 대한 외기러기 같은 갈망은 두고두고 고독과 비애 또는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될 수 없는 한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것에 대한 표현은 문학이라는 글쓰기를 통해 진하게 배어있기에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빛바랜 고전이라는 편견만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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