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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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샹들리에>가 어감이 무척 이쁘단 생각을 먼저 해보았다. 물론 표지는 두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여러 개의 등이 모여 한 번에 빛을 발하는 형태의 조명처럼, 다채로운 삶의 빛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의미마저 기발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만큼 김려령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공이 상당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자신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겠지. 문득 7편이 실려 있으니까 일곱 빛깔 무지개의 스펙트럼으로 보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샹들리에 = 무지개??

 

 

그중 고드름은 무척이나 독특하다. 화자가 누구인지 구분이 안 되며 오로지 대화체로만 구성되어 있으니까. 말 따옴표가 없어서 숨 돌릴 틈 없이 밀도가 빡빡하게 느껴지는 점은 덤. 당장 등장하는 인물은 서너 명 정도 추정되는 고딩들인데 학원 땡땡이 쳐놓고 pc방에서 놀다가 뜬금없이 뉴스에서 살인 사건 소식을 듣게 된 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것에서 발단된다. “살인사건의 범인은 있지만 범행 도구가 없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실실 웃으며 툭툭 내뱉는 농담들이 릴레이 하듯 내내 이어진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실명은 안 나오지만 문맥 전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그러나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냥 둑 무너지듯 속사포처럼 쏟아지는데, , 얘들아 좀 천천히 말하면 안 되겠니? 그러나 이 녀석들은 도화선에 불붙은 것 마냥 추리극을 만든다고 정신없다, 나중에 하다 하다못해 살인방법과 도구로 고드름까지 등장하는데 무아지경에 빠져버린 대화를 듣는 눈과 귀는 있게 마련, 나라도 곁에서 우연히 듣다 보면 기겁할 정도로 완전히 살인 모의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니까. 누가 니들 말을 농담 따먹기로 해석해 주겠니? 안 그래도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고.

 

 

그 농담 따먹기로 인해 오해를 낳고 공포 분위기를 낳다 보니 범죄자로 오해 받게 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지경에까지. 그 과정도 몰입하게 되지만 무엇보다 배꼽잡고 웃게 만든 상황은 이 문제아들의 부모와 교사의 만남에서 책임 추궁과 학생지도의 고충을 털어 놓으며 대립하는 동안 이 녀석들이 억울하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한바탕 소동극에 얼이 빠질 정도였다. 블랙유머라고 해야 하나? 엄청남 속도감에다 자녀교육, 청소년 문제 등을 유쾌 발랄한 상상력으로 폭주하는 동안 붕 떤 기분으로 읽었다. 모름지기 이야기라 함은 이렇게 재미 져야 한다.

 

작가가 그걸 잘 아네. 근데 이 녀석들은 무사히 훈방조치 되었을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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