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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여름 ㅣ 스토리콜렉터 4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여름을 삼킨 소녀>에 이어 열일곱 소녀 세리든의 성장기를 그린 <끝나지 않는 여름>을 읽게 되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로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후 무려 5년여 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그 속사정에 관해서는 가끔 털어놓기도 했다만, 사실 이 소설이 <여름을 삼킨 소녀>를 읽지 않은 까닭에 후속편이란 사실을 모른 채, 초반에는 낯선 기분에 지배당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를 가늠해 보려했는데, 장르소설답게 사건은 이미 벌어져 있다.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 네브래스카 주 경찰 경위인 조던 블라이스톤 형사는 버넌 그랜트 소유의 윌로크릭 농장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현장에 도착한다. 놀랍게도 용의자는 그랜트의 아들들 중 한명인 에스라 그랜트였고 그의 나이는 불과 열일곱 살이다. 그런데도 어떤 경로로 총기를 입수 했는지는 알 길 없으나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 그 이유가 석연치 않다. 곧 그 추악한 사연이 밝혀진다. 피를 나눈 가족들 그 누구라도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갈등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겠지만 알고 보면 더욱 충격적이기 까지 하다.
주인공인 소녀 세리든의 친모가 알고 보면 이모였고 동생의 아일 빼앗은 것으로도 모자라 동생의 남자도 가로채 그랜트 가문의 안주인으로 행세한 악랄한 여자였던 것. 게다가 에스라도 외간남자 사이에서 생긴 사생아였기에 사실을 알게 된 에스라의 분노가 어떠했으리란 것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어쨌든 에스라는 사살되었고 평소 이모와 에스라 오빠에게 시달렸던 세리든은 사건 발생 전에 이미 가출한 상태였다. 이 사건을 모르고 떠났던 세리든이 뒤늦게 알고 돌아오지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이모가 이 사건의 배후로 세리든을 지목하며 온갖 날조로 그녀를 폄하시키려 드는 시도 덕에 매스컴과 대중들로부터 온갖 비난의 화살들이 부당하게 쏟아진다.
한마디로 마녀사냥이다. 세치 혀의 거짓된 놀림에 놀아나는 군중심리에 더욱 부채질 하는 매스컴의 작태도, 이모의 악행도 용서하기 힘들지만 마치 자신이 정의의 사도나 된 것 마냥,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싫었다. 평소 뉴스에서 살인범이 현장검증을 시도하는 중에 사람들이 그에게 온갖 비난을 쏟아내는 장면들도 따져보면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처럼 자기 합리화라는 착각에 빠진 군중들의 뻔뻔한 위선이 만들어낸 허황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자격이 있는가? 내면의 콤플렉스를 다른 것에서 풀어보려는 내로남불은 아니던가?
후반에 가서도 그녀의 시련은 계속 된다. 가시밭길을 걸어 걸어 발바닥에 피가 맺힐 지경. 하지만 언제까지고 참담하게 끝나지 않는 것인 인생인지라 한 여자의 인생은 구원받게 되니, 스스로 꽃을 피워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다는 건강한 이야기였기에 그녀의 앞날에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작가는 세리든에게 가진 애착을 이렇게라도 그려내고 싶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