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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ㅣ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뭐, 이렇게까지 구차하게 결혼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나 싶었다. 그들도 누구처럼 달달한 사랑에 빠져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 적도 있었겠지만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러하지 않나? 마치 껌을 씹는 행위에 비견할 수 있을 텐데 처음에는 맛나지만 점점 단물이 빠지고 나면 결정을 내려야한다. 계속 의미 없어도 습관처럼 씹던지, 껌 종이에 사서 버리든지 같은 것 말이다. 전작에서 딸내미가 납치된 사건을 겪은 뒤론,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단 자체가 신기할 따름인데 여기 파킨슨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조에게 새로운 사건에 개입할 차례가 돌아왔다.
딸내미의 친구 시에나가 피를 흘리며 줄리안의 집을 찾아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행방을 찾아 나선 조는 시에나를 발견한다. 그렇지만 시에나에겐 끔찍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평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그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 것.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시에나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조. 여전히 파킨슨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호받기는커녕,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서 루이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더 큰 곤경에 처했을 테지.
시에나와의 대화에서 조의 나이가 마혼 아홉이었단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면서 그릇된 사랑 에 빠져 이성을 망각해버린 이 소녀, 아니 이런 부류의 소녀들... 그 어리석음을 비집고 들어가 꼭두각시로 조종하려드는 뭇 어른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 이 어른들은 알고 보니 그 또래였을 때 이성에게 모멸을 당한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어른이 된 뒤로는 전지자가 된 착각으로 뒤늦게나마 보상받으려던 못된 심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점만으로 이 모든 책임이 그들에게만 있나?
모든 의미에서 아이는 자신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조의 말처럼 일단 아이를 키우는 일은 기쁨대신 가시방석이 될 수 있음을 찰리와 시에나의 경우를 보더러도 능히 짐작 가능하다. 해리 보슈의 딸 정도만 되어도 내가 아버지라면 애정을 갖고 키울 수 있겠지만 이런 여자아이들은 차원이 다르다. <블러드 온 스노우>에서 주인공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라. 이성관에 대해.
결국 도서관에서 저질스런 욕들을 주고받던 소녀들에게서 눈살을 찌푸렸던 불쾌한 기억(나의 기억이다.)처럼 마치 순백의 순수함의 결정체인 것 마냥 포장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때가 묻을 대로 묻어버린 그들이 어른들의 세계에 손가락질 할 만큼 동정표를 얻을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한사코 아니라고 매몰차게 답하겠다.
니들이 어른이 되어봐. 세상이 바뀌어져 있는지. 그렇게 잘난 니들은 도대체 어른이 되어 한 게 뭐냐? 게다가 이제 조도 조만간 결정을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 후딱 이혼해서 아내와 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애니와 살림을 차리거나 독신으로 살면서 범죄세계에 맘 놓고 발을 들였으면 한다. 범죄소설인데도 지나치게 가정생활에 할애한 지면이 많아 답답할 때가 자주 있다. 구질구질하게 연연 말고 쿨 하게 신변정리를 합시다. 더 이상 관계회복은 물 건너 같수. 사람과의 관계는 쌍방소통인데 아내와 딸내미도 싹수가 노란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아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