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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0
도진기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추리 스릴러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출간되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은
아직 완전히 뿌릴 내리지 못한 기성작가에게도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제공 되는 셈이요,
독자들에게도
그래도 우리 작가들인데...
하면서
인정을 베푸는 맞선의 자리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고맙게도
다섯 번째 시리즈가 이렇게 선보인다.
장편보다
짧은 분량이지만 오히려 늘어짐 없이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를 아낌없이 투척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포문을 열면 도진기 작가의 ‘시간의
뫼비우스’가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한
중년남성이 옆자리에 앉은 젊은 아가씨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보겠느냐며 자신의 삶을 설파한다.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진저리를
치며 나는 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보통은
그럴수 있다.
근데
이 아가씨는 처음 본 사람 말을 참 들어준다.
그래서
이 남자의 기이한,
아니
기구한.
그
말이 그 말인 것인지.
누구나
살다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말로 많겠는데 그중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결정이라면 어떤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남자는 특별했다.
무한반복적인
삶은 말 그대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가 다시 도돌이 하는,
그야말로
죽지 못해 다시 살아야하는 잉여 같은 인생이다.
순간의
선택만
올바르게 했더라면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 새롭게 살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
모든 것이 인과응보라고 덮어두기에도 너무 가혹해서 이쯤하면 신도 용서하였을 텐데 말이다.
다만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 계기가 궤도에서 이탈해 억지로 멱살 잡고 끌고 나가는 듯 한 작가의 평소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어서 이제는 다른 변화를
시도했으면 싶다.
송시우
작가의 ‘.....
찾아서’에서
사라진 아이의 모티브는 미쓰다 신조의 작풍을 연상케 했다.
동네방네
다 뒤져도 행적이 묘연해진 아이.
유일하게
수색을 하지 않은 은둔자의 방이라는설정에서 그랬지만 마지막 반전에선 마녀사냥이 불러온 공동체의 무지,
무관심이
공허함과함께 작은 슬픔이 느껴졌는데 말 그대로 잔혹동화였다.
짠내나는
홀어머니가 자꾸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든 단편은 전건우 작가의 ‘해무’였다.
역시
미쓰다 신조풍의 호러.
안개
자욱한 마을배경도 그렇거니와 과거의 기억을 안고 다시 돌아간 해무마을에서 맞닥뜨린 그녀는 과거의 업보에서 파생한 죄책감인지 아니면 저주의
환생인지는 모호하지만 오싹함만은 일품이었다.
상당히
에로틱하기까지 해서 감정의 몰입이 강했던 것 같다.
한과
복수!
다만
가장 저열한 작품을 손꼽자면 ‘그렇게
밤은 온다.’이겠다.
의외성이라곤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우리가
평소에 갖고 있는 범죄라는 공포를 가장 원시적으로 대입하여 산수문제 풀 듯 답을
내놓고 사라지는 그 단편이야말로 아쉬우면서 한국 장르소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선택에서 게으름을 부리면 안 된다는 나쁜 사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되겠다.
전반적으로는
작가별 개성도,
작품수준도
천차만별인지라 무엇이 옮은 방향인지 갈피잡기는 쉽지 않다.
기회
되는대로 이런 단편집들을 계속 찾아 읽어보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