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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2 - 밥 먹어야지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이 녀석들이 다시 돌아왔다. 바로 팥알양과 콩알군말이다. 마치 선남선녀처럼 운을 띄우고 있지만 사실은 다 알다시피 새끼 냥이들이란 것. 까불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말괄량이에다 말썽꾸러기지만 어떨 때는 제법 숙녀티를 내며 정체성 혼란까지 불러오는 팥알이, 먹깨비 먹깨비... 참치라면 간도 내어줄지도 모를 이 먹깨비, 하지만 둥글둥글한 외모만큼이나 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콩알군. 이 녀석들은 참 성격도 판이하지만 언제나 단짝처럼 붙어 다니며 이 집에 얹혀사는 신세라는 걸 잊고 사는지 눈치 없을 정도로 사고만 치고 다닌다. 그러니까 복슬 아줌마한테 미운털 박히는거야.
1편에서 가장 배꼽 잡게 한 에피소드를 들라면 내복씨 할아버지의 가발희롱 사건을 들 수 있을 터인데 이번에는 체온계 하나로 크나큰 웃음을 준다. 지금처럼 만화 속에서도 추운 겨울, 주인님이자 이 집의 장녀께서 감기에 걸리시는데 사람이 걸린 감기가 냥이들한테 옮길 것 같지는 않은데 어찌된 셈인지 얘네들도 덩달아 걸린 듯하다. 물론 알고 보면 고양이 감기라서.. 그래서 동물병원에 가서 체온을 재게 되는데 지들도 사람처럼 겨드랑이 같은 데를 잴 줄 알았나보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 체온계가 밀고 들어온 자리는 뜻밖(?)에도 X꼬였던 것. 먼저 당한 콩알이는 숙녀로서의 부끄러운 경험에 수치심마저 느낀다. 야! 니들은 사람이 아니라구. 똑같다고 생각 말아야지 ㅋㅋㅋ 어디 이뿐인가? 사람들 손에서 오냐 오냐 커서 그런 건지 쥐 앞의 고양이 신세가 되어 벌벌 떨지를 않나, 진공청소기 소리가 저 멀리 들려도 역시 벌벌 떠는 너희들을 보면 도대체 야성의 본능은 다 어디로 간 것이냐? 냥이로서의 책무는 다하지 않는 주제에 니들 화장실에 있는 응가를 식구들이 귀찮다며 치우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며 사람이나 냥이나 환경에는 상당히 민감하구나 싶었다.
그래도 처음보다 눈치가 조금은 늘어버린 이 냥이 콤비를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천만에 도달했다고 하니 더 이상 굴러들어온 돌멩이 취급하면 안 되겠다. 내복씨는 참 잘해주는데 복슬씨가 문제란 말이지. 점점 진화하는 콩알이와 팥알아. 사람들의 말을 배워서 너희들의 묘권 투쟁에 나서보는 것은 어떻겠니? 왠지 가능할 것만 같아. 계속 우리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또 다른 이야기 거리로 천년만년 즐겁게 해주면 좋겠구나. 그게 너희들에게 바라는 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