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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로키언
그레이엄 무어 지음, 이재경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셜로키언>은 확실히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역사소설이라고까지 정의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두 가지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질주하다 종착역에서 맞닥뜨리게 된다는 구성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가장 먼저 끄는 요소는 19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에서 코난 도일의 단짝이 <드라큐라>의 작가로 유명한 브램 스토커라니. 오옷! 놀라워라, 허구의 인물도 아니고 실제로 친분관계에 있었다면 이보다 창작의 소재로 등장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밑반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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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요리사의 솜씨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는 장르소설로 탄생할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1893년 코난 도일이 홈스를 라이헨바흐 폭포에 빠뜨려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런던 시민들이 격렬하게 데모했다는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소설로 읽으면 당시의 상황들이 생생하게 눈에 보이는 듯해서 무척 흥미진진하다. 작가의 인기를 뛰어 넘은 홈스의 인기는 상상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코난 도일의 질투는 상식을 뛰어넘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열혈 서포터즈들의 광적인 응원에 비한다면야.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2010년이라는 배경은 헤럴드라는 주인공이 소속된 “베이커 스트리트 이레귤러스”는 세게 최대의 셜록 홈스 팬클럽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난 도일이 그렇게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었다가 갑자기 셜록 홈스를 부활시킨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을 테고 코난 도일에게 어떤 우편물이 도착하는데 소설이 아닌 작가가 탐정이 되어 연쇄살인범을 쫓게 된다는 이 기막힌 발상.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잠시도 쉼 틀 없는 미스터리의 환상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멋드러지게 대접했으니 코난 도일의 작품세계를 응용한 변주는 한계를 모르는 듯하다. 셜로키언에게는 당연한 축복이자 주변인에게는 디너쇼에 초대받고 돌아와서 이제부터 팬이 되겠다며 만족스럽게 흥얼거릴만한 작품이겠다. 그리고 여성참정권 운동에 얽힌 소재를 보더라도 역사는 시대를 반추하는 거울인 동시에 장르소설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끼칠 필수적인 도우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