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납치범의 아이를 낳게 된 여성, 분명히 체비 스티븐스의 <스틸 미싱>을 떠올리게 하는 공통분모가 없잖아있다. 5년 전 기 출간되었다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이 책이 시기상으론 선배이겠지만 <스틸 미싱>을 먼저 읽었으니까.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당해 감금생활 중 성폭행 당해 아이를 임신했다가 유산당한 뒤 탈출을 시도한다는 섬뜩한 이야기는 어쩜 <>에서 일정부분 모티브를 얻었는지도.​​ 

물론 이 책 또한 상당부분 실화에 기대고 있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친부가 딸을 감금하고 성폭행하여 아이를 낳게 한 그것 말이다. 막장 오브 막장인 실화에서 비록 모티브를 얻었지만 비극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기보다 다섯 살 소년의 시선을 통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체념이 아닌 희망의 싹을 제대로 피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탈출과정에서의 스릴에 초점을 맞추어 자극을 얻고자 한다면 명백히 잘못된 독서방법이 된다. 그 이후가 정말 중요하겠다. 자유를 얻었으므로 밝은 세상에서의 힘찬 재기는 당연하다 착각하면 우리는 진정 피해자의 망가진 심신상태가 생각만큼 쉽게 회복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모든 걸 잊었다고 속단하지도, 알아서 잘 극복해 내겠지 라는 방임적 냉소주의야말로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는 피해자들을 다시 벼랑에서 내몰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엄마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모성애의 끝자락을 발견하고서 마음이 내내 짠했는데 원하지 않는 가족 공동체의 결합을 부정하기 바쁜 현대인들의 냉랭한 처신에 반발하다가도 이 책에서만큼은 온기가 남았다며 안도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결국에는 아집과 독선으로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대처하려말고 소통만 제대로 하게 되면 세상은 보다 나아지리라는 게 <>에서 발견하게 되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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