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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님은 지독한 여행성애자인 듯하다. 생은 사랑 아니면 여행이라니. 이건 숫제 엉덩이 걸치지 말고 당장 일어나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라고 떠미는 격 아닌가.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 부럽고 배 아픈 일이다. 여행 다니는 일이 직업이고 그 기록을 책으로 펴내는 일이 무척 사치스럽고 낭만적이까지 하다. 도대체 경비는 어디서 조달하는 것일까? 라며 뭉게구름이 피어오를 때 이 환상에 찬물을 끼얹는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낭만적이거나 안락하지도, 쾌적하지도 않다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에서 가슴 두근거렸던 이국적인 풍경은 막상 현지에 가보면 다르다. 잠자리도, 음식도, 기후도, 교통편도 불편하거니와 친절할 것 같지만 불친절할지도 모를 현지인의 인심까지 무엇 하나 예상대로 딱 떨어지는 않는 체험이라고 하질 않나.
다른 건 몰라도 이동스케줄에 쫓겨 느긋하게 즐기지도 못한 채, 허겁지겁 옮겨 다녀야하는 강행군을 감안하면 도대체 이런 식의 여행은 왜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싶기도 해. 그에 대한 작가의 답은 여행이야말로 인생을 사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내던진다. 인생에 있어서 모험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에 여행에서 구원 받는 셈치고 떠나야만 한다는 것.
“여행의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란다. 시간이 지나가면 우린 늙어갈 테니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세상을 경험해 두라고 다시 내몬다. 문득 부다페스트 여행에서 택시를 타고서 울었다는 일화가 생각났는데 이방인의 슬픔을 배려했던 택시기사의 현명한 대처는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 아니었다면 결코 체험 못했을 자유로운 순간이었을 듯싶다.
서두르지 말 것.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것.
비난하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 인생이 뭔가 삐뚤어지고 어긋난다고 느낄 땐
낮잠을 잘 것.
여행하고 또 여행할 것. <p.290>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장을 옮기면서 그래, 두고 봐라. 내년에는 일단 휴가부터 착실하게 써 보자, 라고 성급하게 다짐해본다. 언제나 이랬지. 실천을 못해 그랬지만혼자 떠나는 여행계획을 잡아봐야겠다. 거창하게 유럽투어는 좀 그렇고 국내투어라도 스탬프 꾸욱!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