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평점 :
분명히 첫 대면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보이지 않는 사람”에서 김현숙 과장을 보고서는 어디선가 이 사람과 마주친 적 있었겠단 기시감이 들었다. 좀 더 진도 빼보자 싶어 더 나갔더니 그제야 송시우 작가의 작품을 이미 접한 적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년 전쯤에 황금가지에서 한국추리스릴러 단편선인가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을 읽었던 거다. 그때를 회상하자면 막다른 결말에 떨떠름했었지.
우야동동 “여기는 유죄냐 무죄냐를 밝히는 곳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한윤서, 이달숙, 배홍태, 지훈(넌 무슨 성씨인지 생각안남) 네 명의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이 발로 뛰고 쓴 다섯 건의 사건 기록인데 실제로 송시우 작가는 인권관련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의 사연이 보따릴 풀어놓듯이 다양하게 설명될 거라 믿었다. 또한 인권이란 녀석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시시각각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쌍방향적인 접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가 미스터리물을 쓰는 전문작가다보니 사실상 범죄에 연루된 인권문제에 할애했다는 한계가 좀 아쉬웠다. 물론 취향문제이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권문제가 다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건 생각할 거리가 크게 남지 않았다는 결론에 막다른 것이다. 제일 문젠 캐릭터의 불균형이라고 해야 하나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다른 분들의 리뷰를 사전에 확인해보았는데 캐릭터 문제를 언급한 게 바로 눈에 띄었다. 그때는 아직 이었으니 어떤 의미인진 알 길 없었으나 지금에서는 내가 지적하고자하는 바와 통했는지는 알 듯 말 듯하다. 일단 인권위에서 일하는 조사관이라면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공명정대함을 기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신뢰감을 조성된다.
그러나 작가는 네 명의 조사관 중에서 특정인에게 추를 기울이며 누구에게 애정이 있는지 노골적으로 과시하기에 작가인터뷰에서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누구냐고 묻는 우문은 말 그대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이들은 서로지간에 마음이 안 맞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증오와 히스테리를 독처럼 심어놓고 빵하고 터뜨리기 때문이다.
분명 인권이라는 소재는 한국 장르물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빠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작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집중력을 흩뜨리며 산만하게 전개시켜 버리고 만 탓이다. 이런 캐릭터 중 어느 누구 한사람이라도 단독주연으로 장편을 냈다면 짜증 제대로 였을거라는 혹자의 독설에 공감한다. 언제쯤이면 쿨 해질까? 읽고 나면 피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