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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다 ㅣ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 1
살라 시무카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핀란드 작가 살라 시무카의 “스노우화이트 트릴로지”의 포문을 여는 <피처럼 붉다>에서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이고 있던 세상이 어느 순간부터 진홍색으로 바뀔 때 제목만큼이나 강렬하면서도 섬뜩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한 여인이 돈을 챙겨 이 나라를 몰래 떠나려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어 버리는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삼인조가 범인이었을까? 무슨 이유에선지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이 생뚱맞은 현장은 곧 설명되리라.
아, 조금 지나서 실체가 드러나려나 보다. 어렴풋이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어떤 실마리가 잡히겠지. 그런데 이쯤해서 이 소설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열일곱 짜리 소녀가 등장한다. 루미키라는 이 소녀가 우연히 학교 암실에 들어갔다가 피 묻은 거액의 다발을 목격했고 굳이 학교에도 경찰에도 이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었다. 자신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르게 그냥 알아서 해결되겠지 라는 생각처럼 쉽게 무마되었다면 정말 목숨 걸 필요가 없었을 게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돈 다발이 그곳에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배후에 투카, 엘리사, 카스페르라는 삼총사가 있었으니, 모른 채 하지 못해서 함께 돈의 진짜 주인을 찾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파고들었을 뿐인지라 정체를 감춘 채, 누군가를 미행도 했다가 모처에 잠입해서 검은 손의 실체와도 맞닥뜨린다. 불법 커넥션, 전달되어야 했을 대가를 중간에서 가로 챈 이는 죽고, 그 대가의 회수에 나선 조직의 음모... 이제 발각되지 말지어다.
무엇보다 루미키는 “백설공주”의 신체적 특징을 전혀 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치 않게 별명으로 불리고 있어 스스로 끔찍한 놀림감이라 여기던 아이였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더라도 특정동화가 모티브가 되어 장르화 되고 있기에 핀란드에서 건너 온 이 소설은 장차 삼부작의 성격을 규정짓는 소임에 충실했다고 여겨진다.
말미에서도 슬쩍 언급되고 있는 남친과의 과거사가 그녀의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후속작에서 설명될 것임이 암시되고 있는데다 아직 미성년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독립심도 강하고 필요에 따라서 어른흉내도 낼 줄 아는 당돌한 캐릭터였음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직 잔혹 스릴러라는 소문에 합당한 본격적인 행보는 잠시 아껴둔 것처럼 보이는데 시리즈가 진화할수록 이 소녀도 세상에 대한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할 듯해서 더욱 기대된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나. 그런데 말이다. 작가님이 누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 뿐 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