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아티스트
스티브 해밀턴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지만 이미 데뷔작으로 에드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에드거상을 수상했다는 화려한 경력만으로도 확실히 눈길이 간다. 더군다나 두번 째 수상할 때는 할런 코벤의 <용서할 수 없는>과 경합했다니 오! 맙소사다. 코벤의 작품들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이 바로 그것인데 당당히 승리했다면 무엇인가 대단한흡입력이 있어 가능했지 않나 싶었다.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열여덟 살의 남자 마이클. 과거를 회상하는 마이클은 이미 기적과 천재, 공포 등 지금까지 살아온 생애를 함축해 표현할 수 있는 몇몇 단어들로 유명했던 소년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 불행하거나 끔찍하다고 할 만한 사건을 겪고 난 뒤부터는 트라우마로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었는데, 솔직히 실어증의 계기가 된 그 사건의 개요를 들여다보자면(초반에 오지 않고 후반부에 나오는, 그래서 어떤 사연일지 내내 많이 궁금 했었더라는.) 처음부터 작가의 구상에 있지 않고 전개과정에서 급조된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왜 그리 부자연스러운지... 흡사 발 연기를 목도한 느낌마저 든다. 어쨌든 누구나 그런 과정을 겪게 되면 올바르게 자라기 힘든 성장환경임에는 분명하다. 이후 큰아버지와 살게 되면서 마이클은 질풍노도의 시기인 고교시절에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은, 신이 내려준 천부적 재능 두 가지가 신에게 있음을 발견한다. 중요한 갈림길이다.

 

 

빛이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 등을 멋지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라면 반대에 서 있는 어둠은 세상 그 어떤 자물쇠도 열 수 있는 재능이다. 두 가지 재능 모두 아티스트라고 불릴만한 특별함이었다. 전자를 택하였다면 진로는 달라졌겠지만 비행 청소년의 길을 택한 마이클은 록 아티스트 즉 금고털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실감나는 금고털이 장면을 재현하기 위하여 실제 금고털이에게서 자문을 받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흔히 범죄소설들이 현실에서 범죄기법을 모방당할 우려에 노출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이 작품에서 마이클이 현장에서 금고를 따는 장면에서는 실전 응용 가능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전수하지는 않으니 혹시라도 읽고 배우겠다는 허무맹랑한 망상은 접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대신 마이클이 시전 하는 기술은 특정한 공식이 아니라 다이얼을 돌리는 예민한 손 감각과 초정밀 기억력에 고도의 집중력은 물론이요, 열 때까지 반복에 또 반복 학습하여 얻은 집념과 끈기라는 땀방울의 결정체인 것이다. 다른 보조재는 불필요하다. 이제 그가 세상과의 소통 방식 중 하나가 일단 의뢰를 받아 부자들의 금고를 터는 범죄에 동참하는 첨병이 된 것이라면 잃어버린 빛을 되찾을 수 있게끔 마지막 희망이 되어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또 다른 통로다.

 

 

감격스러웠던 까닭은 그 희미한 빛줄기를 따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마이클에게 보답하듯 짠하고 어밀리아가 보여준 고무신 제대로 신고 있기는 남자들에겐 영원한 로망이었다. 누구라도 이런 사랑이 구원해준다면, 기다려준다면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범죄는 한순간, 예술은 영원하다. 아름다운 사랑을 곁들인. 때문에 보상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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