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모방살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 한 점은 역시나 일본 최초의 서술트릭 시도가 아닐까 한다.

1972년에 나왔다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타노 쇼고나 아비코 다케마루로 대변되던 그 트릭의 진짜 원조를 만나보게 되었단 사실이 얼마나 두근대는 일인지. 미리 알고 보는 트릭의 방식을 감안했을 때 이 작품의 재미는 그렇게 반감되고 만 것일까?

 

 

그러리라 짐작하며 읽기 시작 했지만 완패였다. 굳이 변명하자면 괜히 머리 열심히 굴려 중반에라도 단서를 찾아낸다면 진 빠지는 경우가 될 터라 아무 생각 없이 흐름대로 읽어나갔노라 하면 받아들여질까? 어쨌거나 유효기한 상실했다고 생각했던 이 트릭은 여전히 즐겁다.

 

 

77일 오후 7. 무명작가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의 빌라에서 자살한다. 안에서 잠긴 실내 그리고 유리컵 안쪽에 남은 독극물. 추락사했지만 완벽한 밀실의 형태와 ‘77일 오후 7시의 죽음이라는 소설까지 모든 정황이 자살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의 신변을 비관한 나머지 그렇게 행동에 옮긴 걸로 추정되었다.

 

 

 

이대로라면 잠시 세간의 이목을 끌다가 곧 잊혀 질 사건이 될 뻔했는데 그의 평소 됨됨이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동료와 전 연인은 자살에 의혹을 품고 이것은 혹시 위장된 것이 아닐까에 기반을 둔 채, 각자가 사건을 추적하며 추리해나가기 시작한다. 하나의 죽음과 두 개의 추리. 결국 두 물줄기는 마지막에 어떤 진실을 드러내며 하나의 출구에서 합쳐지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현명한 독자들은 이미 눈치 챘을지도 모를 소소한 실마리를 전혀 눈치도 못 채고 동료와 연인이 벌이는 추리극에서의 시간트릭에 점점 함몰되어가면서 빠져나올 줄 몰랐었다. 그대로 보이는 것만이 진짜가 아니다 식의 트릭 깨기에 감탄만 했을 뿐. 특히 한자와 관련된 트릭을 언급하는 동안엔 이것은 한자문화권에서나 가능한 방법 시도라고.

  

  

! 무관한 에피소드에 가려 큰 그림을 못 봤구나 싶다. 무던히도 사연 많은 인생을 살았다는,

그 사연을 캐고 들어간 것 자체가 눈가림일 줄이야. 동료와 연인이 반대의 방향에서 몰고 들어와 점점 가까워질 것 같다 어느 순간 방향을 틀어버릴 때까지 순순히 따라오도록 유도한 그 설계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래서 밀실이라는 형태는 한없이 복잡하게 생각하자면 그런데 의외로 이렇게 단순할 수도 있다니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게 추리의 세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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