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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이 소년을 “소니”라고 부른다. 풀 네임은 “소니 로프투스”. 지금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스타렌 교도소의 죄수로 복역 중인데 죄목은 십대시절 두 사람을 살해했다는 것. 게다가 부패경찰이었다는 아버지는 자살했으며 소년은 과거 촉망받는 레슬링 선수였었다는 전력도 첨언한다. 뭐 어쨌든 다 좋다. 중요한 사실은 그에겐 신비한 치유능력을 갖고 있다는 소문일터. 죄수들이 고해성사를 하면 죄를 사해준다며 축복을 내려주기에 순전히 기분 탓이겠지만 일종의 관례 같은 개념이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소년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타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마약에 쩔어 살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더 이상 시간이 부족했다. 가책을 억누르며 버텨왔던 어느 죄수가 소년에게 고해성사를 하면서 인생이라는 경로가 순식간에 뒤바뀌게 된다. 아버지는 부패경찰이 아니라 자살로 위장당해 살해당했다는 핏빛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비로소 소년은 이제부터 자신을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시킨다. 그리고 원수를 갚기 위해,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탈옥을 감행하면서 가는 길마다 붉은 피들을 길에 뿌린다. 이를 추적하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 “시몬 케파스” 경정.
소년에게는 아버지의 넉넉한 등을 바라보며 그처럼 되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불명예스러운 죽음이 내면에서부터 무너지기에는 충분하였으니. 마음을 닫아버린 소년이 눈으로 비쳐지는 것보다 훨씬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안처럼 보이는 이유도 모든 성장이 일시에 멈춰버렸음을 암시하는 은유일 것이다. 그래서 소년의 복수는 일반적인 복수와는 달리 그 대상도 한정적이지 않은데다 누군가에는 따스한 손길이 되기도 하면서 뭐라고 단정 짓기 힘들게 한다.
순전히 자신의 입을 통한 말이나 심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독자의 관점에서 주시하고 관찰하도록 만드는데 쫓는 자의 입장에 선 아버지 친구 “시몬” 경정과 아버지의 진짜 숨겨진 관계와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복수만이 정의이자 진리가 아니라 구원과 화해, 용서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의 결단에서 짙은 안개가 일시에 걷혀나간 듯 착각에 빠졌다.
결코 아버지를 닮는 선에서 끝낼게 아니라 아버지를 뛰어넘길 바라는 염원에서 아들의 역할은 빛난다. 복수를 소리 소문 없이 치밀하게 진행하는 동안 누구보다 신속 과감했으며 냉혹하게 처단해나가는 저승사자와 날개 없는 천사 같은 모습을 상반되게 보여줌으로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더 나아가 미래의 아버지가 될지도 모를 사랑의 완성을 쓸쓸하게 그려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