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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불면의 밤을 넘어
조슈아 페리스 지음, 이원경 옮김 / 박하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그의 이름은 폴 오로르크다. 뉴욕 맨해튼에서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뉴욕이 지상최대의 낙원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대단히 까칠한 남자이다. 이 남자를 열광시키는 것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 시합과 목마른 우승, 근데 막상 우승반지를 구경했으면 만족할 법도 한데 86년만이라는 세월 앞에 루저라는 객체적 삶에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괴팍함도 있다.
게다가 종교도 타인과의 교류도 싫어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무신론자겠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를 사칭한 치과 홈페이지가 짠하고 개설된다. 이것만이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도 생기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 분명히 자산은 이런 짓을 한 적이 없다. 다른 이들까지 충격에 의심까지 하자 누가 이랬는지 알아야겠다면 펄쩍 뛰게 되고.. 그런데 놀랐다. 이런 SNS 계정사칭에 대한 미국적 법적처벌이 예상 밖으로 관대하다. 닥치는 대로 잡아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그렇담 당한 피해자는 억울하지 않을까?
열 받은 폴은 이러지 말라며 항의 메일도 보내보고 그 놈 정체를 까발리기 위해 추적해보았더니 맙소사 옛날 옛적 유대 다비드 왕에게 능멸 당했던 고대의 아말렉 족을 숭배하는 이단 종파와 관련 있음을 알게 된다. 분명 자신은 무신론자란 말이다. 이상한 답글이 온다. 성경의 한구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점. 그럼 뭔가? 여기저기 들불처럼 타오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난리치는 동안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을 탐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들은 유머로 똘똘 뭉친 기이한 웃음들로 넘쳐난다. 유대인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농담들이 맞는 것 같은데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능청을 떠는데 참 표현수위가 아슬아슬하단 생각이 든다. 나중에는 심오한 사색으로 넘어가기에 정신 바짝 차려 읽어야한다. 정말 불면의 밤에 읽으면 마땅하겠다. 신앙이 없는, 사랑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순례기는 그렇게 9회말 투아웃 투 쓰리, 마운드에 조나단 파펠본이 경기를 매조지 하기 서 있는 상태와 같다. 삼진 또는 볼넷 아니면 끝내기 역전타??? 모른다. 파펠본은 지금도 최고의 클로저지만 보스턴에서 뛰고 있지 않으니까. 그래도 이 소설을 메이저리그처럼 간주하고 읽으면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