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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그래 어린 시절 집집마다 아동용 위인전 한질씩은 사다놓질 않았던가? 내 생애 처음으로 책과 사랑에 빠졌던 그 시절에는 분명 위인전이 있었다. 동서양 고금 이래 많은 위인들이 역경을 딛고 위대한 업적을 성취했을 때 열렬한 박수로 추종의 뜻을 표현했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완전무결한 신적인 존재로 우러러 보였던, 그들은 영웅이자 어린 아들이 장차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하길 염원하셨던 부모님의 염원마저 반영된 셈이다.
성인이 된 지금, 과연 그들 모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문득 문득 든다. 우리가 주목했던 점은 단지 업적이었지 개인사까지 완벽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부정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김수영부터 달빛요정 역전만루 홈런까지... 대로변에서 아내를 구타하고 행여나 남들이 보고 뭐라 할까 봐 소심한 마음을 시로 표현한 위인, 자립심이라곤 눈꼽만치 없이 동생에게 구걸하며 살았던 위인,
모두가 평등한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지만 정작 위정자와 합종연횡하며 기회주의자냐,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의 벽과 일정부분 타협하며 파이를 얻어내고자 한 것이냐는 구설수에 오르내린 위인까지... 모두 찌질 하였더라.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이 위인들의 위선을 폭로하고 가면을 벗겨 모욕을 먹이기 위한 계획된 드잡이란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또 고개를 절레절레 젓겠다.
대단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제목도 한 몫 거들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그들은 사실상 자신들의 찌질함을 자인했단 점. 하지만 위대함의 일부로 승화해냈단 최종산물이었다. 인간적인 면모를 감추지 말고 속속들이 까발려 그들도 보통사람, 인생은 누구에게나 불합리하니까 나 자신을 다시 부축하여 용기와 희망이라는 불씨를 얻을 수 있도록 하라. 폭로 대신 힐링이라는 추천사는 그래서 마음에 와 닿는다.
김수영, 빈센트 반 고흐, 이중섭, 리처드 파인만, 허균, 파울 괴벨스, 마하트마 간디, 어니스트 훼밍웨이, 넬슨 만델라, 스티브 잡스, 달빛요정역전만호홈런.. 중에서 나치의 선전상 이었던 파울 괴벨스에 가장 주목해본다면 대놓고 악인으로 판명된 그가 이 사람들과 나란히 언급된 이유를 책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