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두 62편의 단편들이 빼곡히 실려 있는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들을 읽고 있자니 저자 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처음 만난 시점이 언제였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랬구나, 무려 2년 전쯤이다. 생각보다 오래전이었단 걸 되새겨보면서 당시 내겐 너무나 생경했던 생태문학이라는 형식의 <미국의 송어낚시>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저자의 비극적 삶과는 별개로 생명력 넘치는 문학성으로 지적만족을 안겨준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었다.

 

 

다시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된 이번 단편집은 그 작품에 못지않은 흥미진진함 속에서 여전히예리하고 냉철하다. 그리고 유머러스함이 자칫 무거울지도 모를 전반적 분위기를 이완시키며비교도 안될 만큼 대중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송어낚시>와의 연계성을 염두에 둔 나를 머쓱케 할 정도로 충분히 즐길만하다. 그렇다고 생태문학이 지루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또 다른 스

타 탄생이란 의미로 정의하고 싶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을 꼽자면 ‘1/3 1/3 1/3’을 주저 없이 얘기하련다. 계산식처럼 보이는 제목은 돈을 3등분하는 대가를 의미하는데 주인공이 타이핑하는 대가로 3분의 1, 편집자가 3분의 1, 소설가가 3분의 1을 인세에서 각각 나눠 갖기로 한 계약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서른 한 살의 나이로 타자기를 가지고 있는 초라한 행색의 남자이며, 편집자는 30대 후반에 아홉 살 아들을 둔, 사회복지수당에 삶을 의존하고 있는 여자이다. 소설가는 40대 후반으로 술에 절어 살면서도 소설을 써서 인세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남자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들은 각자의 삶에서 맴돌고 있을 뿐, 능력치를 콜라보레이션 할 기회란 막연할 것처럼 보였는데 때마침 우연처럼 맺어진다. 어느 날 그녀의 제안은 앞서 말한 대로 역할분담을 통해 인세를 나눠가지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녀를 따라 소설가를 만나러 간 주인공은 마침내 꿈을 실현시켜 줄 미 정리된 원고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 원고가 보여준 가망성이란 말이지. 저자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과 인지력이라고 하면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에서는 이 두 가지가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고 했다. 그리고 서정적으로 탈바꿈해주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결론에서 처음에는 실소를 뱉었다가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창작의 고통을 넘어 진정한 문학이 태동하는 첫걸음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나 싶었다. 감상이 단번에 바뀌더란 말이지. 의외의 반전 같은 느낌. 그렇게 이 작가의 발상은 기발하다.

 

 

이런 식으로 62편의 단편들 모두 현재보다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성찰들이 시대를 넘어 묵직한 동의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지금도 유머는 통하고 재미가 있고 개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서정적 이미지와 상징적 은유가 이번에도 마법적인 문장을 제대로 토해낸다. 게다가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로 감상을 마칠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촉구하는 자성적인 외침에 반응하고 귀 기울여야 할 책임에 통감하게 되리라. 이 작품은 그렇게 읽으라고 해석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송어낚시> 못지않은 가히 전설급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