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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춤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 <나와 춤을>에는 1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장편보다 단편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짧은 호흡동안 느끼는 찰나의 순간들이 편하다. 구질구질하지 않게 치고 빠지기가. 그중 가장 재미있었던 단편은 역시 <충고>와 <협력>이라는 세트겠다. 개와 고양이를 얘기할 때 흔히 개는 충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는데 반해 고양이는 요물, 천덕꾸러기, 불길함으로 표현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접한다. 한밤중에 골목 어디선가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칠 때 발정기 때문이란 이유를 알아도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게 아니다. 요샌 조용하지만.
그래서 외계종족에 의해 삐리리 광선을 맞고 나서 글을 쓸 수 있게 된 개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두 편의 엽편 <충고>와 <협력>은 이미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예상은 가능하다. 그런데도 개가 평소 주인이 자신에게 잘해준 점에 대하여 감사하는 서두는 몇 번을 읽어도 키득키득 웃게 된다. 아울러 어렸을 때 키웠던 강아지가 얘들처럼 글을 쓸 수 있었다면 무슨 내용을 담았을지 상상도 같이 해보는데 기억에는 그리 잘 놀아주지는 못했으니 고독함을 절절히 써 내려가지 않았을까 라는 정도의 예상은 가능하다. 암튼 미안하구나. ◯◯아!
개는 그렇다 치고 고양이는 앞서 말한 대로 여전히 환영 못 받고 귀찮고 성가신 존재라는 편견인지 오해인지... <이유>에서도 일단 찬밥 신세이다. 산책 중이던 고양이 두 마리가 낮잠 자는 나의 머리를 밟고 지나가다 양쪽 귓구멍 속에 차례차례 빠진다는 이야기 말이다. 왜 하필 빠진 녀석들이 고양이였을까? 내 귀에 캔디도, 내 귀에 도청장치도 아닌 이 녀석들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제목 그대로 이상하고 우스꽝스런 어떤 현실의 이유로 사용되는 설정이라니. 아놔, 재치라고 해야 하나, 미리 결말을 정해두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치고 나가기였을 것 같은 황당무계함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확실히 좋은 탄력이다. 주저 없이.
그 밖에 <소녀계 만다라>와 <나와 춤>을 같은 단편들도 유머러스하거나 그리움, 회한 등의 정서가 각각 마음을 지그시 누르며 흘러나간다. 이 모든 단편들을 모두 애정 한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밤의 피크닉>이나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이후, 그래도 가장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온다 리쿠의 작품세계가 아닐까 싶다. 특히 마지막 단편은 해설을 읽지 않음 결코 발견조차 못할 마블 히어로물의 쿠키영상 같은 ㅋ 무슨 암호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