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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다이어리
에마 치체스터 클락 지음, 이정지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요새는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는 세대가 많거니와 TV, 소설, 에세이, 만화 등의 형식으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대세 중의 대세이기도 한 것이 반려동물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대가족에서 핵가족, 특히 1인가구나 아이가 없는 가구로 확정짓게 되면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 되면서 결핍된 정서를 보완해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비채에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가 작년에 출간되더니 이번 타임은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일기 형태의 책이 나왔다.
이 책 <플럼 다이어리>는 작가의 반려견인“플럼”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개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에 무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후셀이라는 견종이라고 한다. 잭러셀과 푸들이 섞인 휘핏의 잡종. 이 정도로 혈통검증은 마치고 수영, 제자리높이뛰기, 잡기놀이, 크루아상, 여우 똥냄새를 좋아한다는 취향도 알고 넘어가자. 에마&루퍼트 부부가“플럼”을 키우는 중이며 아내인“에마”가 블로그에 공개한 <플럼 다이어리>는 사람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플럼”의 시점에서 동료 개들과 사람들과의 관계 및 일상이 그려지고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플럼”은 뻔뻔하게도(?) 자신이 일기를 썼고 그림에 대해서만“에마”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며 당당히 주장하고 있어 시작부터 웃고 들어가 버렸다.“플럼”은 사람들과 의사소통으로 정을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기꺼이 그들의 취향과 의도에 맞춰줄 수 있는 영민함을 가지고 있기에 개구쟁이긴 하지만 까탈스럽지 않아서 맘에 든다. 가끔씩 자신을 희화화하는 것은 아닌지 살짝 불만을 표시할 뿐.
녀석은 주인님의 애정공세와 꾸준한 관심 속에서 무척 행복해 보인다.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꾼 뒤로는 사람들의 주목에 우쭐해하며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낯선 개에게 물렸다가도 여전히 잘 먹고 잘 노는“플럼”이 걱정되어 큰 개가 접근하면 과잉방어를 하는 에마”모습은 아이를 키우는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는 듯하다. 그렇게 1월부터 12월까지의 독백에서 책 뒷면 추천 글에서도 나와 있듯이 개를 사랑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정말 매력적인데다 사랑스런“플럼”때문에 유쾌 발랄함은 물론, 맘이 짠해지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문득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가 생각난다. 이름이“몽실이”였는데 미모가 상당해서 주위의 인기가 많았던... 하지만 더 이상 키울 여력이 되지 않아 엄마 친구 분에게 입양을 보낸 적이 있었다. 종이 백에 얌전히 들어가서 그렇게 새 가정으로 따라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탈출을 감행해 집으로 뛰어 들어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 간신히 구석에 숨어 있는 녀석을 끄집어냈더니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걸 보고서는 가슴이 철렁했었다.
아, 우리 가족들이 너무 무심했구나. 이렇게 쉽게 보내는 게 아닌데... 그렇게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동안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 뒤로는 책임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다시는 개를 키우는 일이 없게 되었지만 플럼”을 보면서“몽실이”와의 추억은 지금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