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집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마크 해던<빨간 집>을 읽었습니다. 세상으로 통하는 출구이자 시작인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기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것이 여섯 달 전인, 그런 가족이 있습니다. “안젤라는 매주 치매를 앓았던 어머니 병문안을 가며 그분이 돌아가시면 후련할 알았는데 막상 현실이 되고부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 됩니다. 덩달아 그 대목에서 저 또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장례식 일주일 후 안젤라리처드남매는 느닷없이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소원했고 의례적인 사이로 남아 있었죠. 자매였다면 여자들 특유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했을 확률이 높지만 성별 다른 남매 사이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먹서먹한 관계인 경우가 일반적인 걸로 듣고는 있습니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게 블완전한 상태에서 여행을 출발합니다.

 

 

웨일스 국경 마을에 별장을 빌려놓고 그 곳으로 떠나는 기차여행, 가족이란 울타리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역할을 못한 채 아픈 기억만 공유해야 한다면 그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하는 것일까요? 그와 동시에 <빨간 집>은 왜 빨간 집이어야만 하는지 그 의미에 대해서 내내 신경이 쓰였어요. 그 와중에 두 남매는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대화를 이번 기회에 풀기 위한 작정을 했던지 아꼈던 말을 쏟아냅니다.

 

 

안젤라는 동생이 요양비용을 대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정작 자주 찾아가 돌봐 드린 건 자신이라면 울분을 토로하고 동생 리처드는 누나의 그런 격정에 심히 당혹했던 것이죠.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은 누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 있는지 득실계산에 여념이 없었던 탓인지 평행선을 내내 달리는 기분이었어요.

 

 

그치만 문제가 있는 가족은 두 사람만이 아니었습니다. “안젤라의 남편 도미니크는 처음부터 아내의 여행 결정이 못마땅한데다 아내가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변화가 못내 부담스럽다는 이유 만으로요. 심지어 바람도 피는 주제에... “리처드의 딸 멜리사는 엄마를 닮아서인지 자유분방하다 못해 기가 세고 대마초를 피우는 등 문란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개인적 문제가 많지만 크게 이 네 명이 가족들 중에 심한 듯 합니다.

 

 

관계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여행, 그것도 가장 가까워야할 가족들과의 여행이 불편, 불완전하다면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시밭길 같은 여정 끝에 도착한 집 한 채, 이 쓰라린 상처와 기억들은 이제 너무 오랫동안 같이 해 왔기 때문에 차라리 외부세계가 더 편할 것 같습니다. 고립, 고독, 무심 등등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공감되는 것입니다.

 

 

이들 가족의 여정의 결말은 어찌 보면 눈에 뜨일 정도의 화해나 발전모색 등은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어떤 변화들이 감지됩니다. 물론 서둘러 해결해야할 앙금들이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여행을 통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배울 점이 많았을 듯합니다. 그것을 지켜보며 따라 나섰던 독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가족은 바로 사랑이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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