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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빼빼로가 두려워
박생강 지음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민형기는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누드
빼빼로를 입에 물었다.
이놈이
가장 위험할 확률이 높았다.
전형적인
빼빼로와 모양새가 다르고
그러면서도
달콤함은 배로 가중되었다."(p.14)
빼빼로’ 주고받는
날 11월
11일 ‘빼빼로데이’는 숫자 ‘1’처럼 날씬해지라는 주술(?)적
의미가 담긴 의미를 제과업계가 마케팅으로 적시에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00데이’는 언제나 상술에 말려들게 한다며 투덜투덜
되지만 어쩔 수 없는 군중심리에 지갑을 열게 됩니다.
얇은
지갑 속의 지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나날이 사라져 가요.
그렇게 본다면 남들은 때가 되면
기꺼이 입에 물고 만다는 ‘빼빼로’가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이 소설
<나는
빼빼로가 두려워>는
가발하고 엉뚱한 발상으로 시작한다고 봐야겠지요. 어느
날,
심리
상담소에
“한나리”란
미모와는 거리 먼 아가씨가 찾아옵니다.
피부는 창백하고 갓 스무 살의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그녀가 털어놓는 고민이 바로 날씬스틱 ‘빼빼로’를 병적으로 겁을 낸다는 남자친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증세를
일명
‘빼빼로포비아’라는 세상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희한한 신조어로
부르게 되는데요,
상술이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면 ‘아몬드
맛’,
‘딸기
맛’,
‘누드’,
‘다크’
등등 종류별로 먹고 깊은
간식이
‘빼빼로’라서 상담사
“민형기”는
입에 물고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별의
별 사람 다 있구나 싶었는데 “한나리”의
남친인
‘스윗스틱’
사장은 알고 보니 그 곳에서
알바를 하는
“김만철”이라는 대학생의 창작소설 등장인물이라고
해서 좀 놀랐다가 진짜 황당무계,
기상천외한
제2라운드로
넘어가요.
처음엔 대형마트에 ‘빼빼로’가 불특정 구역에 불특정하게 쌓여 있어
그 점이 두렵다하더니 편의점의
‘빼빼로’는 용서가 된다는 식까지는 이해해 보려 했으나
사장님이 나는 지구인이 아니다.
‘실리칸’이라는 머나먼 외계에서 왔다고 하는 순간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나 망상인지 무지 헷갈리게 되어요.
"이
시대의 인간은 어쩌면 빼빼로 피플이네.
인간은
태어나기를 딱딱하고 맛없는 존재로 태어났지.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개성을 묻히지,
타인을
유혹할 수 있는 존재로 특별해지기 위해.
하지만
그 개성의 비율 역시 언제나 적당한 비율로
손에
개똥같은 초코가 묻어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적정선의
비율로 필요하네.
그게
넘어가면 괴짜라거나 변태 취급을 받기 쉽지.
그렇게
이 시대 인간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양
착각하지만
실은 모두 똑같은 봉지 안에 든,
더
나아가,
똑같은
박스 안에 포장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코 과자 빼빼로와 비슷하다네."
(p.145∼146)
결국 ‘빼빼로’에 대입된 인간은 개성이라는
색깔을 입기 위해 발버둥치는 ‘스윗스틱’에 불과한 것이라는 접근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환상적이어서 현실의 경계는 어느덧 잊고 기묘한 판타지에 빠져들게 됩니다.
마치
천일야화를 듣는 것 같은...
또한
“박진규” 작가가
“박생강”이라는
필명으로 이 소설을 발표한 것은 생산적인 창작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여 새롭고 신선한 시도로 틈새를 찾아보려 했다는 자기고백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작가의 의도와 맞물려 각자는
개성을 원하지만 ‘빼빼로’가 획일적으로 날씬한 것처럼
시스템화 되어 점점 생기를 잃어 말라가는 우리들의 존재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빼빼로’를 입에 물고 있지만 다양하게 더 먹고 싶어질
것 같네요.
읽고
난 후유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