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나에게도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히메카와 레이코, 금기를 깨뜨리다 또 다른 금기와 조우하다.

 

야쿠자 조직인 야마토회 계열 이시도 조직 산하 진유회의 하부조직인 로쿠류회 조직원이 살해되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려는 찰나 야나이 겐토라는 남자가 범인이라는 의문의 제보가 날아드는데 이 남자에게는 9년 전 살해당한 누나가 있었고 피해자는 바로 누나의 애인이었던 것. 이것만이 아니다. 겐토의 아버지는 죽은 누나의 살해 용의자로 몰려 경관의 총을 낚아채어 자살했었다. 그렇다면 겐토는 어떤 의미에선 피해자에게 복수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금기... 만약 겐토 아버지의 죽음이 경찰의 잘못된 수사가 빚어낸 애꿎은 희생이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을 염려한 경시청 고위층은 은폐를 위해 야나이 겐토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다. 하지만 히메카와 레이코는 외압을 거부하고 은밀히 독자적인 수사를 진행한다. 이것은 무모하리만치 만용일수도 있었다. 들키기라도 한다면 명령 불복종으로 찍히게 될 텐데 말이다. 하나의 금기를 돌파하고 나니 의도하지 않았으며 예상치도 못했던 제2의 금기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 시키는 대로 했으면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

 

 

야나이 겐토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그가 어떠한 성장과정을 거쳐 누나의 죽음을 목격한 후 복수를 실행하려는 과정을 그려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레이코와 겐토의 시점만 있진 않다. 야쿠자 조직 교쿠세이회의 회장 마키타 이사오도 자신에게 주요 정보제공자였던 겐토의 죽음을 조사하다 레이코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래서 3인의 시점이 번갈아 등장하여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맹렬히 돌진하지만 미스터리로서의 강점보다도 로맨스가 소설의 핵심 축이 되는 것 같다.

 

 

그동안 레이코는 남자들만 득실한 경시청 조직에서 여성으로서 시기를 받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남자는 동료, 경쟁자, 범인이라는 3가지 타입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비록 부하직원인 기쿠타와는 어설픈 러브라인이 가동되고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의 신분도 모른 상황에서 마키타와 급격한 사항에 빠지다니 덩달아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이다. 어떠한 조건이나 편견 없이 상대가 가진 원초적 매력에 한순간 빠져든 이 사랑은 세속적이며 조건부적인 사랑에 찌든 요즘 세태에 비하면 확실히 무결점의 본능이다.. 담배 냄새는 어느 순간 남성미의 상징이 되고 중년남자의 원숙함은 진짜 남자를 최초 체험케된 레이코가 정신없이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후끈해서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나아간다.

 

 

와다 과장도 이마이즈미 계장에게 한 말이 있지 않나. 레이코는 집중력이라고 보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고. 자기 안으로 쑤욱 빠져드는 듯 한, 그런 게 있다고 했다. 사랑한다는 데에 이유가 없다는 말이 있을 때 지금 레이코의 심경은 그러했을 것이다. 사랑은 레이코 같은 경우도 있겠지만 겐토에게서 자신과 똑같은 동병상련을 느꼈나 보다. 둘이 되어 지독한 외로움을 사람의 정으로 채워 나가고자 한 여인의 지고지순한 면모도 사랑의 또 다른 이유로 설명 가능하리라. 그 밖의 이유라면 그때부터 내리는 빗물 속에 불순물이 조금씩 섞여 들어갈 것만 같다.

 

 

순수하지 않으면 자칫 탈모가 될 위험도 감수하겠다면 우산을 쓰지 말고 온 몸으로 비를 맞아야겠지만. 이 소설에서 사랑이란 동기는 비난하지 못하겠다. 단지 미워하는 것이 문제지, 사랑은 죄가 아니다, 라는 어느 동성애자의 말도 있지만 어떤 탐욕이 배후에 개입된 상황이 아니라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여 그를 위해 계획하고 자신을 희생하려한 배려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건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 이번에는 안쓰럽지만 잔인한 설정이 없었기에 약간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읽기엔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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