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리 시즈카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혼다 테쓰야는 경찰이라는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심한 전개와 묘사로 경찰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여 왔다. 그럼 점에서 <히토리 시즈카>는 기존 자신의 작품들과 궤를 달리하는 외전격인 스타일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경찰은 등장하되 주역은 아닐뿐더러 주인공을 쫓는 술래와 술래잡기의 관계에 놓여 수수께끼라는 안개를 걷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란 형상을 구축한 건 물론 이토리 시즈카라는 여성이다. 그녀의 8세부터 31세까지의 인생을 여섯 개의 테마로 분류, 각각의 사건이 하나의 종점으로 귀결되는 구성을 택하여 눈앞의 단서에만 몰두함으로서 놓쳐버리는 진실과 배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달리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울산 와우북 갔을 때 씨엘 사장님께서직접 추천하신 책이었는데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이라고 하셨음. 그래서 질렀는데....

 

 

이토 시즈카의 그림자를 만나게 되는 첫 계기는 도쿄 고가네이 시의 연립주택에서 한 건달이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다. 현장에 출동한 기자키 경사는 피해자가 젊은 여성을 매춘과 마약에 찌들게 만든 무뢰배였으니 그를 증오할만한 용의자는 널리고 널렸을 거라는 점에 주목한다. 아니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어떤 착오를 뒤늦게나마 발견했단 점인데 사건은 해결된 것이 아니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어떤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시작은 이러했으니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별개로 인식되었던 살인사건의 배후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그림이 사건의 내막을 조종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름인 이토 시즈카라는 여성. 사건들 사이에서 미묘한 흔적만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그녀를 번번이 놓치고 마니 신기루나 유령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각 사건을 담당한 경찰들은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교묘히 개입하여 배후 조종하도록 만든 그녀의 미스터리함에 농락당하면서도 각자의 방식대로 행방과 단서를 뒤쫓는다.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 그녀의 행보는 경찰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혼란을 제공하며 끊임없는 상상력으로 부족한 면을 보충시켜 이해불가지만 결승점으로 집결되도록 하는 셈이다. 타인을 괴롭히는 악은 벌레만도 못하니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소신과 증오를 동시에 지니는 이토리 시즈카를 선과 악의 잣대로 판단하는 일은 상당히 모호한 작업이다사회로부터 구제받지 못한 그녀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정의를 실현하려했을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만 하리라. 한편으론 현실에선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사적응징을 이런 방식으로라도 해서 결과적으로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준 셈이니 속 시원했다. 그녀의 꾐에 빠져 꼭두각시처럼 놀아난 살인자들을 대리인이나 소모품처럼 만들어버린 계략에는 감탄과 놀람을 금치 못했다.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도 불확실을 가능함으로 만든 그녀는 뱀 같은 여자!!!

 

 

그런 점에서 히토리 시즈카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는데 혼자서 조용히홀아비 꽃대는 주인공의 이름인 동시에 누구의 도움에도 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고독한 길을, 보이지 않는 기개를 상징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에 모두가 그녀를 잡으려할 때마다 더 멀리 달아나버리는 과정을 반복 순환했던 그녀를 함축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각기 다른 화자의 입과 눈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며 조종하는 그녀에게서 해답을 못 들었기에 끝내 미스터리한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음은 보충과 여백이라는 미학이다. 물론 그 간극이 너무 커 좀 밍숭밍숭한데 역시 나에게는 칸테쓰와 이오카 콤비가 있어야 살 판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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