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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 살인사건 -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2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읽은 책은 니시무라 교타로의 트래블 미스터리 <종착역
살인사건이다>이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이미 500권 이상을 발표한 왕성한 창작열에다 누적판매부수가 무려 2억 부라고 하니 입이 떡
하니 벌어진다. 이런 작가를 여태 몰랐다는 점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그의 작품이 출간된 적 없는 걸로 아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내심 알고
싶을 정도까지였다. 니시무라 교타로의 어떤 작품은 얼핏 들어봐선 얼마 전 국내 모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이 표절시비가 불거진 사례가 언뜻
연상되면서 줄거리가 흡사한 것 같기도 한데 혹시 오리지날이 니시무라 교타로의 작품이 아닌지 고갤 갸웃거리게도 된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트래블 미스터리로 부리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담하고 있는 철도에 관해서이겠다. 본래 일본이란 나라는 철도노선이 거미줄처럼 노선이 구축되어 있는 등 그 기반이 확실히 자리 잡은
철도강국임을 주지하지 않아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간센 같은 고속철이 아니라도 유즈루호 같은 노선도 미스터리 소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도쿄와 북방을 연결하는 노선이 소설에 더 자주 다루어진다는 건 특정지역이 더 선호되는 것 같다. 남방이나 서쪽은 거의 못 본 것 같으니
말이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고향과 동창생에서
비롯된 살인사건. 아오모리 현립 F고등학교 출신으로 학교 신문 편집장이었던 미야모토 다카시는 신문 편집 부원이었던 여섯 명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도쿄에서 출발해 고향인 아오모리로 2박3일 일정의 귀향여행을 제안한다. 이미 졸업당시 7년 후에 여행하는 것으로 계획은 짜여 있었고 각기
다른 사연을 담아 유즈루 7호 티켓을 동봉해 보낸다. 오랜만의 귀향이라 모두 설렜을 법하다. 우정과 추억이 함께 하는 낭만스런 여행이 될 것처럼
보인다. 드디어 약속당일 다카시를 포함해서 일곱 친구는 모였지만 한 친구 녀석만 어쩐 일인지 연락도 없이 우에노역에 나타나지 않는다. 할 수없이
일곱 명은 예정대로 유즈루7호에 탑승해 출발하는데...
한편 경시청 수사1과 가메이 경사는 역시 아오모리에서 상경한 고교동창생을
만나 행방이 묘연한 여 제자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소문을 한다. 그러다가 우에노역에서 친구의 귀향길에 배웅을 한 후 돌아오는 중에
화장실에서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죽은 남자는 다카시의 친구로서 여행에 불참했던 친구였는데 이것이 신호탄이라도 되 듯 다카시 일행은
다른 장소와 방식으로 차례차례 살해되기 시작한다.
자살로 교묘히 위장되었던 연쇄살인도 포함되자 일곱 명의 동창생을 노린
범인은 누구인가 와 함께 살인 동기는 무엇인지에 집중해보지만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도쓰가와 경부와 가메이 경사는 완벽한 범죄로 벽을 쌓고 있는
단단한 사건의 틈새를 열어야만 했다. 어차피 범인은 내부에 있는 걸로 해석되니 어떤 의미에서는 밀실살인이나 마찬가지이다. 살해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남은 사람 중에 범인이 있을 확률은 점차 높아지게 마련이라 마치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처럼 완전한 확률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가진 살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겉으로는 친구라는 관계로 인면수심을 가장하고 있지만 설마 그런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싶지만 의심이라는 증폭은 서로가 상대의 등에 언제든지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비정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다양한 가설이 성립되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다는 일이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사실을, 부지불식 중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준엄한 경고 메시지를 읽은 기분마저
들었다.
유즈루7호에 탑승한 다카시 일행 중 살해된 어느 누구는 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불가사의한 면도 있었는데 알고 보면 간단한 자문이면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었던 사안을 어렵게 꼬아 만든 건 비현실적이지만
그것조차도 이 미스터리를 충분히 즐기기 위한 변칙플레이로 이해해준다면 한 번 정도는 너그러이 눈감아 줄 수 있는 트릭도 괜찮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 이후 만나는 맛깔 나는 시간차 트릭이 아니었나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는 회귀본능이 있다고들 한다.
직업 때문에 떠나있지만 고향은 언제나 가고 싶고 반갑게 맞이해주면서 푸근하게 감싸줄 것만 같은 마음의 안식처가 아니겠는가? 그 모든 기대와
희망이 고향에서 정리되지 못한 원한이 불씨가 되어 핏빛 복수극이 된 이 비극을 감상하면서 이제 죽어서 이 한 몸 고향땅에 묻히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각박해진 세상사 앞에서 한낱 무용지물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으로 각인될 것만 같다. 영원한
여행을 떠나버린 이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