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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살면서 호텔에 숙박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 손에 꼽을 정도라서 집을
놔두고 출장 등을 이유로 다른 곳에서 숙박을 한다면 모텔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비용이 저렴하니까. 그래서 10년차 호텔리어이자 저자인 제이콥
톰스키가 자전적 경험담을 토대로 써내려간 <나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를, 친숙하진 않지만 한번쯤 관심 기울여 볼만한
호텔이라는 특정장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읽어보는 일도 괜찮을 법하다. 호텔은 겉보기에 별로 특별한 일들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곳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집결한 또 하나의 사회공동체이다.
적나라한 고발에서 때론 낯 뜨겁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유용한 팁도 제시해준다. 호텔 직원들도 서비스업에 종사하지만 그들도 어차피 감정의 기복이 살아있어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 하에 저질러지는 각종 상술들, 자칭 VIP 고객이라 불리는 손님들의 추태, 불건전한 행각
등은 고객의 이름으로 욕망을 배출시키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대접받기를 원하는 이중적 심리를 날카롭게 꼬집는 모습에서 특정한 직종에서 살아남는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잘 알 수 있다.
저자 제이콥 톰스키는 앞서 언급했듯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호텔의 10년
차 베테랑 호텔리어이다. 대학 졸업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중 대리주차 요원이 된 것을 계기로 호텔이라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된다.
그는 탁월한 서비스 능력으로 승승장구해서 뉴욕 맨해튼의 특급 호텔까지 진출하게 되지만 그와 호텔업계는 사실상 궁합이 맞질 않았나 보다. 호텔에서
벌어지는 각종 추잡스러운 일들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만 두고 나와 자신이 몸담았던 세계를 발칙하게 고발하는 책을 썼고 이것이 히트를 쳤던
셈이다.
발칙하지만 괘씸하지 않은 이 책은 고발과 애증을 동시에 담아내면서 세상은
요구하는 만큼 수용해줘야 한다는 물물교환의 법칙이 통용되어야만 하고 사람과 사람은 결국 정과 약간의 배려만 더해진다면 더 이상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가 필요하다는 걸 우리는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갑질 따윈 하지 말라고 말이다. 서비스업을 무시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호텔손님에게 알려주면 안 되지만 알려주기로 결심한 몇가지 팁”은 주목할 만하다. 기억해두었다가 실전에
써먹으면 유용하면서 그 유머스러함에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걸리게 된다.
“신용카드가 승인이 안 난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다시 해 보세요”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구겨진 지폐도. 고장 난 자판기도 아니니 즉시 은행에 카드신고를 할 것. 처음부터 예비카드를 복수 지참했어야 하지
않을까? 지당한 말씀이다. “당신을 위한 직원을 찾으라.”는 어떨까? 모든 호텔직원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차별을 불러오려면 팁이
가진 막대사탕을 활용하자. 당연히 뇌물이 아니라 그에게 좀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원한다는 인식을 전환시켜주는 지혜이다. 인색하지 말고
즉시즉시 건네주면서 맘에 들었다면 직원의 이름이나 인상착의를 기억 내지 메모해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소환해낼 수 있는 요령이 중요하다.
인맥은 비즈니스에만 해당되지 않으니 과감히 쌓아두는 것이 이 세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될 테니까 허둥대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말이다. 결국 돈과 인맥이라는 이름의 친분은 세상만사 형통되는 만국공용어란 사실을 잊지는 말자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