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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ㅣ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평점 :
‘사실은 이런 인과응보가 있어서’라는 식의
설명 따윈 전혀 필요 없다.
괴이한 일은 어디까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으로서
그 상태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18>
‘북 로도’에서 나온 “미쓰다 신조”의 작품으론 두 번째인 이 작품은 공포소설 편집자에서 작가로 전업한 “나”가 시간과 공간이 다른 두 사건을 관찰하는 시점인 액자소설 구성을 하고 있어 독특한 호러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건 모두에 등장한 엿보는 소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기에 앞선 이야기들이 으스스합니다. 실제 밤에 잠들 때 마다 누군가가 창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는지, 잠들어 있는 동안 천장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특정 존재가 있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으로 오싹해졌던 경험들이 꽤 되거든요.
주인공 ‘나’는 공포 체험담을 채집하여 이를 소설 소재로 활용해왔는데 우연히 재야민속학자의 노트를 손에 넣게 됩니다. 50년 전 대학 시절에 실제 체험하였던 수기가 들어 있는데 ‘나’는 편집자 시절에 채집했던 공포 체험담이 생각나 두 체험담 사이에 놓인 상관관계에 대해 놀라면서 불안에 떨게 됩니다.
<엿보는 저택의 괴이>
“도쿠라 시게루”는 대학 4학년 여름방학 중 산간마을에 있는 대여 별장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관리인으로부터 낯선 순례자를 직접 상대말고 자신에게 알려달라는 지시를 받습니다.같이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한명이 딸랑거리는 방울소리를 듣고서는 어린 소녀와 어머니와 마주치게 되어 홀린 듯 따라갔다가 정체불명의 장소에 다녀옵니다. “시게루”일행은 호기심에 해당 장소를 찾아 나섰다가 어느 마을에서 괴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리고 실제로 찾아온 죽음.
<종말 저택의 흉사>
지금으로부터 50년전 민속학자 “아이자와”는 자살한 대학 친구 “사야오토시”에게서 “노조키메”라는 존재가 집안에 눌러붙어 있다는 애기를 들은 후 직접 그의 본가를 찾아갑니다. 본가 ‘종말 저택’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의 장례식 행렬과 맞닥뜨리고 장례식 행렬을 뒤따르는 소녀를 발견합니다. 공포와 기분 나쁜 예감에다 낯선 이방인을 경원시하는 마을 사람들.
확실히 괴담, 괴이는 일부러 갈구하며 소환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노조키메”는 확증이나 증거는 없지만 그 책임소재에 관해선 불편하고 꺼림칙하지만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해도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엿보기 때문에 짊어져야할 업보인 듯합니다. 엿보는 여자의 뜻을 가진 “노조키메”는 조금의 틈만 있어도 엿보기 때문에 관이라는 완벽한 밀실형태가 아닌 다음에야 피할 도리가 없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데 집단의식의 덩어리가 숨어서 훔쳐보는 것과 맞물려 피해자는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네요. 그것들이 실제 증언과 수기라는 형식이기에 호러와 미스터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입니다. 그 경계에서 뒤늦게 합리적 해석을 시도하여도 이미 마음속에 드리워진 두려움의 실체는 완전히 걷어내진 못합니다.
여전히 안개정국인 셈이지요. 그래서 비합리적인 호러의 매력은 끝까지 살아남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호러와 미스터리를 적절하게 안분해서 논리적으로 푼다는 일이 어려운 작업인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도 “미쓰다 신조”는 즐길 이유가 충분하며 설파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