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밀랍인형, 톱밥인형.

이라 노래하는 것은 자명종.

 

누구나 장미및 인생을 꿈꾸지만 도중에, 아니 출발선부터가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고 했고 행복에 대한 기준은 만족을 모르기에 그때부터 타협하는 것으로 안주하기 시작하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하지만 꿈꾸던 소녀, 초등학교 5학년 열한살 후지코가 여기 있다.  한참 귀여움을 받고 자라야할 나이지만 태생이 추하다. 그렇다고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다.  

 

인간이란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있으면 동정보다는 괴롭히고 싶은 잔인함이 본능적인 유전자로 가지고 있나 보다. 반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당하면서 스스로 나는 이런 수준밖에 안되나보다 같은 자괴감이 점점 심해지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밀랍인형, 톱밥인형으로 간주하기도한다. 그 인형들이 어쨋길래 싶어 정체를 확인해보면 후지코의 현 상황들과 딱 맞아떨어지는데 어쩜 이렇게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가. 아무리 빙글빙글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해도 먼지와 곰팡이에 뒤덮인 곳에서 한 발자국도 떼어놓지 못하는 신세가 아니던가.  

 

문제적 아동은 결국 가정환경이나 교육에서 문제가 발단된다. 인간이 가장 먼저 구성하게 되는 기초적 집단 구성원인 가족 내부에서 구성원들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경제적 무능함과 자녀교육에 아무런 역할을 목하는 후지코의 부모와 철없는 여동생까지. 양보만 해야하는 모리사와 후지코의 일상은 어느날 일가족이 참살되는 비극 속에서 혼자 살아남으면서 인생 제2막이 시작되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남자 아이들의 성적 괴롭힘에도 변변한 저항마저 못했던 순간들이 안타깝고 왜 싫다는 소릴 못하느냐며 스스로 화도 나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 속에서는 변변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 곳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그러나 한번 구겨진 인생은 다림질 하는 것 마냥 매끈하게 펴지지가 않았다. 매스컴의 호들갑스러운 보도 덕택에 극적으로 참극에서 살아남은 비운의 주인공으로 포장되어 어른들의 관리와 보호를 받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이모가 있다. 이모는 친구를 신중히 사귀어야 미래를 담보받을 수 있다고 끊임없는 설교를 늘어놓으며 엄마를 닮아간다는 말로 후지코를 자극했다. 후지코는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 극단적으로 혐오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후지코가 그토록 싫어하는 엄마의 일생을 어느정도라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는 짐작을 당연히 하겠지만 인생의 밝은 면을 보고 싶어하는 애쓰는 사람들은 우리 모두와 후지코까지 포함이다. 그렇지만 후지코의 주변에는 어떡하든 그녀를 괴롭히거나 이용하려는 파렴치한밖에 없는 것도 업이라는 굴레이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은 이다지도 무참히 짓밟혀야 할만큼 후지코의 일생은 혐오스러웠던가? 우연한 살인 그리고 그녀의 진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살인... 평범한 여자로 살 수도 있었던 후지코는 살인귀로 낙인찍히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된다. 마치 픽션같은 이야기 구조를 보여 더욱 그녀의 대한 동정과 연민이 짙어진다. 무엇이 그녀의 인생을 밝은 빛이 아닌 그림자가 뒤덮인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는지에 고민하게 된다. 이야미스의 세계는 그렇다. 질투, 분노, 미움, 살의 등이 부정적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혐오라는 산물을 쏟아내는 장르가 이야미스의 특징이라고 한다. 

 

애처롭다. 혐오스런 시선을 끝내 안고 살아야했던 한 여자의 일생은 씁쓸한 반전과 여운을 남기며 그렇게 사라져간다. 인생이 해피하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이러한 인생도 있을 수 있구나, 불행이라는 업보를 남의 운명으로만 단정짓지말고 잠시 다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일도 의미있지 읺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랬다면 살인귀 후지코라는 존재는 세상에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겠지. 후지코에게도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을 묻고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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