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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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만년의 행복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줄을 선다고 누구나 건네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다리면 언젠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줄을 제대로 섰어도 자기 몫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애당초 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본문 중에서 - 

 

미미 여사의 작품을 다시 만나기까지 거의 5년에 가까운 공백이 있었던 것 같다. 한참 이 계통의 소설에 눈을 뜨기 시작했을 즈음 읽었던 <모방범>은 분명 분량으로도 대작이었고 압도적인 서사에 강하게 매료되어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촘촘하던 밀도가 느슨해지면서 지루했달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기존에 깔아놓은 멍석이 실로 대단했기에 종합적인 총평에는 크게 감점요소가 되지는 않았다. 첫 만남은 그렇게 훌륭했는데 어쩐지 이후 그녀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기란 여의치 않았는데 계속된 독서 속에서 새로운 작가들로 인한 관심분산과 함께 그녀의 시대물에 대한 부정적인 거리감 같은 점도 분명 존재했다고도 생각된다. 타 작가들의 시대물에서 이미 혼쭐이 난 적이 있는지라 그녀의 시대물에도 같은 감정이 반영되었으니까. 뭔가 나랑 취향이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화차>는 영화로서 무척 재밌게 보았었고 이제 요코야마 히데오의 <64>에 이어 “201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차석이라는 위엄을 확인해 볼 차례가 돌아온 것인가. 

 

도쿄 조토 제3중학교.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에 한 아이가 등교하면서 일부러 뒷문 담을 넘는다. 수업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아직 남아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정문을 놔두고 월담을 시도했다. 그 시절의 아이들은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 아이가 담을 넘어 착지한 곳에는 한 남자아이의 시신이 발견된다. 2학년 가시와기 다쿠야로 밝혀진다. 평소 등교를 거부하며 학교생활에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았던 다쿠야의 죽음은 옥상에서 뛰어내린 자살로 결론짓지만 누군가로부터 다쿠야는 자살이 아니라 교내 불량학생들인 오이데 3인조에게 떠밀려 살해당했다는 주장이 담긴 투서가 날아들면서 학교는 이내 악의적인 소문과 의혹으로 혼란에 빠지고 추가적인 희생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진실은? 죽은 아이가 알고 있었던 진상은 무엇이며 무엇이 올바른 양심일까? 

 

8500페이지에 달한다는 압도적인 분량에 처음부터 기가 눌린 탓인지 읽는 내내 속도감이라는 물리적 흐름에 저항하느라 부담이 많이 가는 독서였는데 이제 3분의 1일을 읽었으니 결승점까지 가는 과정에 조바심을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더라는... 어찌 수년 만에 어렵사리 재회했음에도 이렇게도 돌파가 힘들까? <모방범>에 필적할만하다는 혹자들의 감상이 정당한지는 마지막에 도달해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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